소상공인 카드 선정산 비용 연 5,967억원, 실시간 정산이 줄일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카드·간편결제 거래를 토대로 연간 선정산 비용을 5,967억원으로 분석했다.
유선영 기자
손님이 카드를 긁고 간 뒤 그 돈을 미리 당겨 받는 데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쓰는 비용은 얼마일까.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카드·간편결제 거래를 바탕으로 따져 본 연간 선정산 비용은 5,967억원이었다.
카드나 간편결제로 계산하면 결제는 그 자리에서 승인된다. 하지만 가게 통장에 판매대금이 들어오기까지는 보통 2~3일이 걸린다. 그사이에도 재료값과 직원 인건비, 임대료는 꼬박꼬박 나간다. 돈이 들어오기 전에 지출부터 해야 하는 사장님은 따로 운전자금을 마련하거나 선정산 서비스로 빈 곳을 메운다. 선정산은 아직 받지 못한 판매대금을 수수료를 떼고 미리 받는 방식이다. 자금은 돌지만 그만큼 비용이 더 든다.
연구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거래 규모에 선정산 이용 비율과 평균 수수료율을 곱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계산했다. 지난해 이들의 카드·간편결제 거래액은 약 650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선정산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을 3.4%, 평균 수수료율을 2.7%로 잡아 연간 비용을 뽑았다.
정산을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기술로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 방식이 실증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의 카드결제는 승인, 매입, 대금 지급을 단계별로 나눠 처리한다. 블록체인에서는 디지털자산을 옮기는 일과 거래를 기록하는 일을 한 네트워크 안에서 끝낼 수 있다. 손님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그 자산이 곧장 가맹점이나 정산사업자의 전자지갑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쿠팡과 함께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실시간 정산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쿠팡이츠 주문 결제대금을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가맹점주에게 보내고 정산하는 과정을 실제로 구현했다. 우리은행은 전자지갑과 은행계좌를 잇고, 스테이블코인과 법정화폐를 서로 바꾸는 절차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도 잇따라 기술을 시험하거나 내놓고 있다. 신한카드는 스테이블코인·블록체인 관련 6개 기술 과제의 개념검증을 끝냈다. 솔라나 재단, 일본 SBI그룹 등과 손잡고 디지털자산 결제 기술도 검증하는 중이다. 결제대행업체(PG) NHN KCP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정산 기술을 선보였다.
다만 가게가 스테이블코인을 쥐고 있지 않고 원화로 받으려면 자산을 바꿔 주고 정산해 줄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전자지갑으로 넘어온 자산을 원화로 받기까지 다시 비용이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네트워크 이용료와 스테이블코인 환매 비용, 원화 지급 수수료가 더해지면 사장님이 실제로 아끼는 돈은 기대보다 적을 수 있다.
결국 가게 장부에서 줄어들 수 있는 몫은 판매대금을 기다리느라 치르는 선정산 비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정산 비용의 70~80%가 정산 지연 때문에 생긴다고 보고 중간값인 75%를 적용했다. 이 가정대로라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실시간 정산체계가 갖춰질 경우 연간 선정산 비용 가운데 약 4,475억원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