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조금씩 떼다 파는 동네 슈퍼, 비싼 매입가에 공동구매 대안
서울 마포구에서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슈퍼마켓의 점주 A씨가 11월 5일 인건비를 건지기 어렵다며 최근 점포를 매물로 내놨다고 말했다.
유선영 기자
서울 마포구에서 2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켜온 슈퍼마켓 점주 A씨는 최근 가게를 매물로 내놨다. A씨는 11월 5일 인건비조차 건지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가게는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닫는다. 하루 15시간을 직원 없이 꾸려 간다. A씨는 꾸준히 나가던 담배마저 요즘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매출이 줄자 물건을 들이는 방식도 바뀌었다. 한꺼번에 사들일 여력이 없어 다른 가게에서 필요한 물건을 조금씩 사다 판다.
가격 차이는 매입 물량에서 시작된다.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는 대량으로 사들여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영세 점포는 소량으로 들여올 수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비싼 값을 치른다.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대량 구매가 어려운 동네 슈퍼는 공급업체에서 높은 가격에 상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소규모 점포가 받는 공급가격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 슈퍼 점주들이 꼽는 경영 애로도 가격과 상품이다. 소상공인 단체가 내놓은 실태조사에서 가격 경쟁력 부족은 31.0%, 상품 경쟁력 부족은 23.8%로 나타났다. 이 단체 전문위원은 손님이 줄고 매출이 떨어져도 임차료와 전기료는 꼬박꼬박 나간다고 했다. 인건비가 부담돼 직원을 두지 못하니 점주나 가족이 오랜 시간 매장을 지키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품목에 따라 겨뤄 볼 여지는 다르다. 남서울대 교수는 가공식품에서는 싼 가격과 빠른 배송을 앞세운 이커머스가 이미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신선식품은 사정이 다르다고 봤다.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데다 배송·포장 비용도 많이 들어 오프라인 점포가 경쟁력을 가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매장 시설과 운영 방식도 따져 볼 대목이다. 이 교수는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시설이 낡은 슈퍼는 찾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진단했다. 대량 구매로 상품을 더 싸게 받는 프랜차이즈 점포까지 있어 개별 점포가 맞서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신선식품은 상품 관리가 중요하고 손님이 직접 보고 만져 본 뒤 고르는 특성도 있어 완전 무인 매장으로 돌리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입 부담을 덜 방안으로는 공동구매와 공동물류가 나왔다. 이 단체 전문위원은 지역 단위 중소유통물류센터를 고도화하고 공동구매를 활성화하자고 제언했다. 상권 분석과 매출 데이터로 재고와 발주를 조정하는 방안, 지역 배달 앱이나 공공 배달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도록 수수료와 마케팅을 지원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남서울대 교수 역시 슈퍼마켓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주요 상품을 공동구매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들었다. 정부 차원의 시설 현대화와 배송 플랫폼 연계 지원도 제언했다.
공동구매 제안의 초점은 개별 점포가 사 오는 물건값의 부담을 낮추는 데 있다. 마포구 A씨의 가게에서는 조금씩 사다 채우는 매입 구조와 판매가격 부담이 함께 드러났다. 이 가게에서 파는 일부 상품은 대형마트나 편의점보다 300~500원가량 비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