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자유시장, 철거비 43억원 못 구해 1년 가까이 반쯤 허문 채 방치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 송현자유시장이 보상과 상인 이주를 대부분 마쳤지만, 철거비 43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철거 작업이 1년 가까이 멈춰 있다.
이창욱 기자
인천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의 송현자유시장은 보상과 상인 이주를 대부분 마쳤다. 그런데도 철거는 1년 가까이 멈춰 있다. 철거비 43억원을 아직 마련하지 못해서다.
상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가설 펜스와 반쯤 허물어진 건물만 남았다. 이 시장은 동인천역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들어 있다. 보상은 끝났지만 부지 정리는 여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시장 상인회장 A씨는 보상이 끝나고 상인들도 다 떠났는데, 철거비 43억원 때문에 작업이 미뤄지면서 현장이 폐허가 됐다고 호소했다. A씨는 “과거엔 빈 땅으로만 남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부서진 건물들이 너무 흉물스러워 차라리 나대지로라도 정리해 달라고 사정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첫 철거에 들어간 돈은 따로 세운 철거 예산이 아니었다. 보상 업무에 쓰고 남은 돈이었다. 지난해 12월 말 1차 철거 때는 인천시가 인천도시공사(iH)에 내준 보상 대행 예산 가운데 남은 일부가 쓰였다. 처음부터 부지 전체를 헐어낼 정식 예산을 잡아 둔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남은 건물까지 마저 헐려면 예산을 새로 마련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천시가 철거비를 예산에 넣으려면 먼저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 전체 개발사업에 대한 심사다. 사업 방식이 도시재생사업에서 총사업비 수천억 대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으로 바뀌면서, 시가 철거비를 직접 편성하려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방재정법은 한 사업의 예산을 쪼개 편성하지 못하게 막고 있다. 전체 도시개발사업이 심사를 통과하기 전에는 그 일부인 철거비 43억원만 떼어 시 예산에 올리기 어렵다.
보상 대행을 맡은 iH도 지금 지위로는 자기 예산을 철거에 쓸 수 없다. iH가 하는 일은 보상 업무까지다. 정식 사업시행자 지위는 아직 얻지 못했다. 시가 직접 예산을 짜는 길에는 중앙투자심사가, iH가 돈을 대는 길에는 사업시행자 지정 문제가 가로놓여 있는 셈이다. 남은 철거가 진행되려면 돈을 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돈을 집행할 기관의 지위까지 정리돼야 한다.
사업시행자 지위를 얻기 위한 타당성 검토도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지난 8월 지방공기업평가원 검토에서 사업성 지수는 0.92에 그쳤다. 기준은 1.0 이상이다. iH가 정식 사업시행자가 되려면 이 타당성 검토를 통과해야 한다. 사업계획을 고쳐 다시 검토를 받는 데만 또 1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다.
철거비 43억원을 둘러싼 지연 문제는 제312회 인천시의회 정례회에서 열리는 2027년도 인천시 본예산 심의 때 다뤄진다. 인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은 우선 철거부터 하고 임시 주차장 등으로 부지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사업계획을 바꿔 재검토를 받는 데만 다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사이, 보상과 상인 이주를 대부분 끝낸 동인천역 북광장 시장의 가설 펜스 안에는 반쯤 허물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