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 났다” 20만원 요구한 남성, 영수증은 지난해 인터넷 사진
11월 4일 서울의 해산물 식당에 배탈을 이유로 약 20만원을 요구한 남성이 보낸 병원 영수증 사진이 지난해 봄 인터넷에 게시된 사진과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예솔
11월 4일 서울의 한 해산물 식당에 배탈이 났다며 약 20만원을 요구한 남성이 있었다. 그가 증거로 보낸 병원 영수증 사진은 지난해 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 같았다.
남성은 식당 주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11월 2일 저녁 7시쯤 남성 4명이 조개찜을 먹었는데 모두 탈이 났다고 했다. 온종일 누워 있다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전화한다고도 했다. 혼자도 아니고 일행이 다 배탈이 났으니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일행 모두 병원 진료를 받았다며 식대와 병원비 등으로 약 20만원을 달라고 했다. A씨는 남성이 자기가 무엇을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해 보였다고 했다.
A씨는 영수증을 들고 매장에 오면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남성은 차로 30분 거리라 기름값이 아깝다며 가게에 오는 대신 계좌로 돈을 보내 달라고 했다. 증거라며 보낸 병원 영수증 사진에는 금액 부분만 찍혀 있어 날짜가 보이지 않았다. A씨가 날짜가 나온 병원 영수증과 식사 영수증을 다시 보내 달라고 하자 연락이 끊겼다.
영수증을 다시 요청한 뒤 A씨는 매장 폐쇄회로(CC)TV를 돌려 봤다. 남성이 말한 날짜와 시간대 영상을 하나하나 맞춰 봤지만 남성 4명 일행은 보이지 않았다. 전날과 전전날 영상까지 뒤졌다. A씨는 가장 비슷한 팀이 남성 5명 일행이었고, 그중 한 명이 단골이라 직접 전화해 봤다고 했다. 돌아온 답은 일행 모두 멀쩡하다는 것이었다.
병원 영수증 사진은 인터넷에 이미 올라와 있던 사진이었다. 지난해 봄 게시된 영수증과 사진 구도가 같았고, 진료비와 환자 부담금 등 금액까지 똑같았다. A씨가 다시 연락해 보려 했지만 남성의 전화는 착신 정지 상태였다.
장염에 걸렸다며 식당에 돈을 요구한 사건은 앞서 따로 있었다. 음식점뿐 아니라 커피전문점과 반찬가게까지 피해를 본 사건이다. 당시 40대 남성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전국 3,000여 곳에 전화를 걸었고, 418차례에 걸쳐 합의금 명목으로 약 9,000만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음식점에 무작위로 전화해 그 집 음식을 먹고 장염에 걸렸다고 우기는 수법이었다.
그는 보상을 거부한 업주에게 관할 기관에 신고해 영업정지를 당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범행은 피해 업주들이 온라인에서 사례를 공유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남성은 사기와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2024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씨는 자영업자는 손님이 문제를 제기하면 가게 잘못이 아니어도 웬만하면 좋게 해결하려 한다며, 이런 일을 겪으니 속상하다고 했다. 이번에 A씨가 기댄 것은 날짜가 찍힌 병원 영수증과 식사 영수증을 보여 달라는 요청, 방문 날짜와 시간대의 매장 영상, 그리고 단골손님과의 통화였다. A씨는 남성이 식대와 병원비 명목으로 요구한 약 20만원을 끝내 보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