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독과점 직거래 방해·끼워팔기 '지위 남용'으로 규율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고객 직거래 방해와 경쟁제한적 끼워팔기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유형에 추가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11월 6일~12월 16일 입법예고한다.
임상용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독과점 사업자의 부당한 고객 직거래 방해와 경쟁을 제한하는 끼워팔기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유형에 넣는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11월 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입법예고된다.
개정안에는 독과점 사업자가 자신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것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가 새로 들어간다. 경쟁제한적 끼워팔기는 지금도 불공정거래행위 관련 시행령으로 금지돼 있다. 개정안은 이를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의 별도 유형으로 따로 떼어 낸다. 거래하면서 만들거나 모은 비공개 정보를 경쟁에 부당하게 끌어다 쓰는 행위도 함께 담긴다.
사업에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쓰지 못하게 막는 행위는 규율 범위가 넓어진다. 지금 시행령의 원재료 구매방해 조항은 유·무형의 재화나 용역을 사고, 접근하고, 이용하고, 옮기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로 바뀐다. 기존 규정은 전통적인 제조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정위는 여기에 새로운 시장과 남용행위 유형을 반영해 제조업에 묶이지 않고 전 산업에 적용할 수 있게 고칠 방침이다.
거래를 거절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는 규정이 놓이는 자리가 달라진다. 지금은 고시인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심사기준에 있는 거래거절,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가격이나 거래조건 차별, 불이익 강제가 시행령으로 올라간다. 반대로 시행령에 있던 필수인력 채용 유형은 고시로 내려간다. 집행 실적이 많은 유형을 시행령에 담아 실제 집행 현실에 맞게 규정 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이 공정위의 계획이다.
가격을 부당하게 정하거나 유지하는 행위도 가격 남용으로 다룰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힌다. 공정거래법은 가격의 부당한 결정·유지·변경을 모두 규정하지만, 시행령은 부당한 변경만 다뤄 왔다. 공정위는 이 때문에 해외시장보다 국내 가격을 부당하게 높게 매기거나, 원가가 오르면 곧바로 값을 올리고 원가가 내려도 높은 가격을 그대로 두는 행위 등을 규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가격을 정하는 행위를 따질 때 공급에 드는 비용과 외부의 통상적인 가격 수준을 함께 비교하도록 한다. 가격 남용이 성립하는 요건도 현저성에서 상당성으로 낮춘다. 현행 시행령이 요구하는 가격의 현저한 상승은 입증하기가 지나치게 어려워 가격 남용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이런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에게 매기는 거래조건과 상품·용역의 품질도 손질 대상이다. 타당성 없는 거래조건을 붙이거나 상품·용역의 품질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행위, 부당하게 선택을 제약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소비자이익 저해행위로 규정된다. 이번 개정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남용행위 규율을 손보는 것으로, 가게가 물건과 서비스를 사서 쓰는 길과 손님과 직접 거래하는 길을 막는 행위부터 소비자 대상 거래조건까지 아우른다.
공정위는 12월 16일까지 이어지는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등이 낸 의견을 검토한다.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안에 시행령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