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만원 받아 놓고 계약서엔 '앱 개발비' 환불 거절한 업체
창업 지원금을 신청한 창업자에게 돈을 받은 업체가 계약서에는 앱 개발 등 용역비로 적고 환불을 거절했다.
시유란
창업 지원금 1억 5,000만원을 신청한 창업자가 업체에 1,600만원이 넘는 돈을 냈다. 업체는 이 돈을 계약서에 앱 개발 등 용역비로 적어 두었고, 환불은 거절했다.
30대 창업자 A씨가 요구받은 돈은 지원금의 10%에 각종 수수료를 얹은 금액이었다.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 환불해 준다는 업체의 설명을 믿고 A씨는 돈을 건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지원금 신청조차 들어가지 않았다. 지원금을 못 받았으니 전액 환불되는 것 아니냐고 A씨가 묻자, 업체는 그렇지 않다며 계약서를 다시 열어 보라고 했다는 것이 A씨의 말이다.
계약서 내용은 업체의 설명과 달랐다. 거기 적힌 것은 지원금을 받든 못 받든 상관없는 컨설팅 비용이었다. A씨에 따르면 계약서에는 앱 개발비 1,100만원과 사업계획서 초안비 등이 올라 있었다. 낸 돈의 명목이 앱 개발 등 용역비로 잡혀 있었던 셈이다. A씨는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에도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은 것이어서 대출이 아닌 사안은 해결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신고가 들어와도 수사까지 가는 길은 좁았다. 올해 9월까지 접수된 정책자금 불법 브로커 관련 신고는 670여 건이었지만, 실제 수사 의뢰로 이어진 건은 18건에 그쳤다. 단순 제보이거나 사인 간 계약이거나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나머지는 수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책자금 승인을 100% 보장한다고 광고하거나 서류를 허위로 꾸며 주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계약서에 그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소관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에는 현장을 직접 조사할 권한이 없다.
빵집 창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상담을 받아 보니, 소프트웨어 개발 업종으로 대출을 신청하라는 권유가 돌아왔다. 한 컨설팅 업체는 기술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며 업종을 소프트웨어 개발로 적으라고 했다. 업종은 신청자가 아니라 업체가 정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업계획서를 써 주고 대출 심사에 필요한 앱 개발까지 맡겠다면서, 신청자는 건네받은 사업계획서 내용만 숙지하면 된다고 했다.
이 업체가 부른 값은 1억원 대출에 수수료 350만원이었다. 사업 내용을 거짓으로 꾸며도 되느냐고 묻자, 다른 신청자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받는다는 주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제3자 부당 개입에 해당한다. 업체와 신청자 모두 사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60대의 또 다른 창업자도 지원금 1억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수수료 880만원을 냈다. 그는 업체가 지원금을 모두 받아 주겠다며 100% 보장했다고 말했다. 매출 기록이 없는데도 지원금이 나온다는 점이 미심쩍어 환불을 요청했지만, 업체는 거부했다. 앞서 30대 A씨는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 돌려준다는 설명을 믿고 돈을 냈는데, 계약서에는 그 돈이 지원금 수령 여부와 상관없는 앱 개발 등 용역비로 적혀 있었다. 창업 자금을 받으려 돈을 냈지만, 용역비로 기재된 계약서를 마주한 30대 창업자는 환불을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