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시장 중대형 상가 공실률 32.4%, 서울에서 가장 높아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올해 3분기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32.4%로, 전년 동기보다 12.6%포인트 올라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이창욱 기자
서울 중구 방산시장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올해 3분기 32.4%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2.6%포인트 오른 수치로, 서울에서 가장 높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방산시장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8%였다. 2024년 3분기에는 13.4%였으니, 올해 공실률은 그때의 2.4배에 이른다. 인쇄업체와 제지·포장재 업체가 몰려 있고, 베이킹 용품을 사려는 손님이 찾아오던 도매시장이다. 이곳에서 빈 가게가 늘었다. 온라인 쇼핑이 퍼지면서 시장 상권도 쪼그라들었다.
방산시장은 갖가지 인쇄·포장 상품을 한자리에서 살 수 있는 상권으로 커 왔다. 1987년 인쇄업체들이 모여 시장을 꾸린 뒤로 인쇄지와 벽지, 포장지를 팔았다. 예전에는 포장재와 인쇄물의 종류는 물론 품질까지 눈으로 확인하려는 손님이 시장을 많이 찾았다.
손님을 불러 모은 또 하나의 상품이 베이킹 용품이다. 미군 부대 PX(군매점)에서 나온 과자와 빵 같은 간식이 이곳에서 거래되면서 주변에 베이커리 상권이 생겼다. 베이킹 재료부터 주걱, 빵틀 같은 도구까지 한곳에서 장만할 수 있었다. 2010년대에는 홈베이킹 열풍이 불면서 발길이 더 늘었다.
이제 이런 물건은 온라인으로도 산다.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됐다. 쿠팡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포장재·인쇄물과 베이킹 용품을 손쉽게 주문할 수 있게 됐다. 배송까지 빨라지자 굳이 시장에 나올 이유가 줄었다.
상인들은 기념일 대목도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방산시장에서 10년 넘게 베이킹 용품점을 꾸려 온 A씨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밸런타인·빼빼로데이 대목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인쇄소와 베이킹 용품 가게 사이사이로 임대 문의 종이를 붙인 가게가 눈에 띄었다. 물건을 사러 온 손님보다 상인과 가게 직원이 더 많아 보일 만큼 골목은 한산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던 인근 광장시장과는 딴판이었다.
서울에서 방산시장 다음으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이 높은 곳은 강남구 청담동 상권이었다. 올해 3분기 공실률은 26.4%로, 지난해 같은 기간 23.6%보다 2.8%포인트 올랐다. 청담동은 한때 명품 브랜드 매장과 이름난 연예 기획사가 몰려 있던 동네다. 핵심 상권이 압구정 로데오와 성수 등지로 옮겨 가고 명품 매장의 예약 판매가 늘면서 찾는 사람이 줄었다. 비싼 임대료도 빈 가게를 늘린 이유로 꼽혔다.
방산시장에서 손님을 가장 먼저 맞는 1층 상가도 비어 가고 있다. 올해 3분기 1층 상가 공실률은 9.7%로, 지난해 같은 기간 5.5%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2024년 3분기 1.7%와 견주면 약 5.7배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