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인수 주장한 약국 양수인, 권리금 잔금 지급 판결
부산지방법원이 기존 운영자의 은행 대출을 인수하기로 했다며 권리금 잔금을 지급하지 않은 약국 양수인에게 미지급 권리금 1억 2,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시유란
기존 운영자의 은행 대출을 떠안기로 했다며 권리금 잔금을 주지 않은 약국 양수인에게 법원이 미지급 권리금 1억 2,0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부산지방법원의 판단이다.
분쟁은 약국을 넘긴 뒤 받지 못한 권리금에서 시작됐다. 부산 중구에서 약국을 하던 A씨는 2024년 4월 11일 권리금 3억원에 양도·양수계약을 맺었다. 양수인은 같은 달 19일 약국을 넘겨받아 문을 열었다. 하지만 A씨 손에 들어온 권리금은 1억 8,000만원이었다. 약국은 넘어갔고 영업도 시작됐지만, 나머지 1억 2,000만원은 받지 못한 채로 남았다.
A씨는 2025년 10월 잔금을 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양수인은 이를 받고도 돈을 보내지 않았다. A씨는 결국 양수인을 상대로 권리금지급청구 소송을 냈고, 부산지방법원은 10월 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양수인은 은행 빚을 떠안기로 약속했으니 남은 권리금을 더 낼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2026년 7월 23일 A씨와 대출금 1억 2,000만원을 넘겨받는 것으로 잔금 지급을 대신하기로 했다는 주장이다. 양수인이 떠안겠다던 대출금은 A씨가 청구한 잔금과 액수가 같았다. 쟁점은 두 사람끼리 맺은 채무인수 약정만으로 권리금을 줄 의무가 사라졌다고 볼 수 있느냐였다.
재판부는 기존 채무자가 빚에서 벗어나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성립하려면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 사건에서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은행이다. 그러니 A씨와 양수인 사이의 약정을 은행이 승낙했는지를 따져야 했다. 재판부는 은행이 승낙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양수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출을 떠안기로 했다는 양수인의 말만으로는 A씨에게 줄 권리금 빚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판단은 채무인수 약정의 효력을 어떻게 읽느냐로도 이어졌다. 재판부는 “특약 없이는 채권양도나 채무인수 약정이 채무변제에 갈음하지 않고 담보 또는 변제의 방법으로 해석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빚을 갚기 위한 수단으로 약속하는 것과 그 약속만으로 빚을 갚은 셈 치는 것은 다르다는 얘기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약정이 곧바로 기존 빚을 갚은 것을 대신한다고 보지 않았다.
양수인이 물어야 할 돈은 권리금 잔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연손해금과 소송비용까지 얹혔다. 재판부는 미지급 권리금 1억 2,000만원에 2024년 4월 20일부터 소장이 송달된 2026년 2월 2일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붙이도록 했다. 소송비용도 양수인이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