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량기 전선 잘라 전기료 줄인 상가 업주들, 위약금 29억원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11월 4일 전북 지역 상가 건물의 전기계량기 조작을 의뢰한 상가 업주 등 67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유선영 기자
전북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전북 지역 상가 건물의 전기계량기 조작을 의뢰한 상가 업주 등 67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1월 4일 밝혔다.
전기료를 아껴 주겠다는 제안은 알선책을 거쳐 건물주와 설비업체 사이를 오갔다. 경찰에 따르면 알선책 쪽이 건물주를 먼저 찾아간 경우도 있었고, 건물주가 먼저 알선책에게 연락한 경우도 있었다. 전기 관련 일을 하던 전기설비업체 대표 A씨는 알선책 등을 통해 상가 업주를 소개받았다. 경찰은 A씨가 소개받은 업주의 건물에서 전기계량기로 들어가는 전선 일부를 끊는 작업을 맡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A씨 등은 2020년 10월부터 2026년 5월까지 전북의 91개 상가 건물에서 전기 841만kWh(킬로와트시)를 몰래 쓴 혐의를 받는다. 계량기로 들어가는 전선 일부를 잘라, 상가에서 쓰는 전기가 계량기를 거치지 않고 흘러가게 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일당이 전선 3개 중 2개를 끊어 공급된 전기의 3분의 1만 계량기에 잡히게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내지 않은 전기료가 9억 5,000만원어치에 이른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쓴 전기의 일부를 계량기에 잡히지 않게 해 실제로 쓴 양보다 요금을 적게 낸 것이다. 몰래 쓴 전기량은 전북 가구당 월평균 사용량 214kWh로 따지면 약 4만 가구가 한 달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수사는 3월 전북 일부 지역에서 전기계량기를 조작한다는 첩보가 경찰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한국전력공사 전북본부의 협조를 받아 도내 전역의 계량기를 살폈고, 그 과정에서 A씨 등을 특정했다. 수사가 시작되자 일당은 잘라 낸 전선을 다시 잇기도 했다. 경찰은 40대 전기설비업체 대표 A씨와 역시 40대인 알선책 등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고, 다른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
상가 업주들 앞으로는 위약금이 부과됐다. 범행을 확인한 한전 전북본부는 몰래 쓴 전기료의 3배인 총 29억원을 위약금으로 매겼다. 설비업체 대표 등 4명 가운데 2명은 구속, 2명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조작을 의뢰한 상가 업주 등 67명도 같은 특수절도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쉬운 방법으로 전기요금을 줄이겠다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범행에 가담했다가 형사적 책임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료를 줄여 주겠다는 말에 계량기 조작을 맡긴 상가 업주들은 위약금과 형사 수사를 한꺼번에 떠안게 됐다. 경찰은 설비업체 대표와 알선책 등의 신병을 처리한 데 이어 업주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 가고 있다.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범행에 가담한 상가 업주 등도 차례로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