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1구역 재개발 확정에 망리단길 상인들 골목 분위기 걱정
두 달 전 서울 망원동에 빵집을 연 A씨는 점포 계약을 마친 뒤에야 일대가 재개발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창욱 기자
서울 망원동에 빵집을 연 지 두 달 된 A씨는 점포 계약을 마치고 나서야 이 일대가 재개발 대상이라는 걸 알았다.
재개발이 추진되는 곳은 망원동 416-53 일대, 망원1구역이다. 10월 2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지역으로 확정됐다. 이곳에는 최고 29층, 약 1,550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계획이다. 2022년부터 세 차례 후보지를 신청했다가 떨어지기를 거듭한 끝에 최종 선정됐다. 주택가와 골목 상점이 어우러진 이 일대에서 재개발 대상에서 빠진 곳은 망리단길 도로에 붙은 상점뿐이다.
이곳 손님들은 빵만 사서 돌아가지 않는다. 주변 골목의 작은 가게까지 둘러본다. 10월 28일 평일 낮에도 망원1동의 한 빵집 앞에는 열 명 남짓이 줄을 섰다. 빵을 산 손님들은 가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고, 골목에는 특색 있는 상점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연차를 내고 빵집을 찾았다는 방문객 A씨는 “빵집 웨이팅이 있어도 근처 소품 숍을 둘러보거나 담벼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고 했다. 10월 31일에도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빵집 앞에서는 사람들이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
이런 골목 분위기를 보고 가게를 차린 사장도 있다. 망원동에서 소품 숍을 하는 A씨는 번화가와 달리 작은 가게들이 곳곳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분위기를 떠올리며 문을 열었다고 했다. 그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지금의 분위기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비사업을 밀어붙이는 배경에는 낡은 건물이 있다. 마포구청은 망원동 416-53 일대 건물의 약 70%가 노후 건물이어서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망원1구역 주민의 재개발 동의율은 73.7%다. 망리단길만의 색깔을 지키는 일과 오래된 주거지를 고치는 일이 한 구역 안에 함께 걸려 있다.
망리단길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은 정작 구역 안에 건물이나 토지를 소유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망원동 재개발 저지 공동대책위원회는 “여러 차례 선정과 탈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동의율이 높은 지역만 구획해 후보지를 선정한 것”이라며 “골목상권은 죽고 난개발이 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정비사업 구역 밖 상인들도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망원시장에서 28년 동안 장사해 온 A씨는 “주말 망원시장에 오는 사람의 절반이 놀러 오는 사람”이라고 했다. 한강으로 소풍 가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간식거리를 사 들고 한강공원까지 걸어간다는 얘기다.
재개발 대상에서 빠진 건 망리단길 도로에 붙은 상점뿐이다. 그러나 주변 상인들의 걱정은 골목의 분위기를 넘어 시장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손님의 발길에까지 닿아 있다. 마포구는 재건축·재개발 신속추진전담반을 통해 재개발 후보지 추진 주체, 반대 주민 등과 계속 소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