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창고 직원 사망 산재 인정, 관리 소홀·구호 지연 반영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가 최근 마트 냉장창고에서 쓰러진 뒤 약 10시간 만에 발견돼 숨진 직원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정아론
마트 냉장창고에서 쓰러진 뒤 약 10시간 만에 발견됐다가 끝내 숨진 직원의 죽음을 법원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유족에게 내린 유족급여·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2019년 8월부터 한 마트에서 유제품을 진열해 팔고 재고를 관리했다. 2024년 5월 판촉행사 기간에는 냉장창고에서 재고를 챙기고 물건을 나르는 일을 했다. 그러다 5월 13일 오후 9시 30분께 쓰러졌다. 그가 발견된 것은 약 10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7시 30분께였다.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뇌동맥류가 터져 생긴 뇌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았다. 치료를 받았지만 약 한 달 뒤 숨졌다.
유족급여를 두고 공단과 유족의 판단은 달랐다. 유족은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다. 공단은 기저질환인 뇌동맥류가 터져 숨진 것일 뿐 업무상 질병 때문은 아니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결국 A씨의 자녀들이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장례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가 눈여겨본 것은 사람이 쓰러져 있는데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창고의 상태였다. 창고에는 물건이 잔뜩 쌓여 있었고 조명은 어두워 안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다. 마트 측 사고 보고서를 보면 A씨가 쓰러진 뒤 문을 닫을 때까지 직원 3명이 창고 안을 확인했다. 다음 날 오전에는 협력업체 직원이 6차례나 창고를 드나들었다. 그래도 A씨를 찾아낸 사람은 없었다.
재판부는 사고 보고서에 적힌 대로 마트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이 창고를 오가고도 A씨를 발견하지 못한 사정을 근거로 창고 관리와 순찰 실태를 따졌다. 그리고 순찰 담당 직원이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냉장창고 관리 상태가 불량했거나, 안전점검이나 순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직원들이 창고에 드나들고도 쓰러진 사람을 보지 못한 경위가 재판에서 따져진 셈이다.
차가운 창고에 오래 방치된 시간이 죽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의학 감정에도 담겼다. 법원 감정의는 A씨가 장시간 저온에 방치된 것이 심전도 이상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제때 구호가 이뤄졌다면 초기 뇌 손상이 커지는 것을 막아 목숨을 잃지 않았거나 예후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의견도 냈다. 사망에 대한 기여도는 기저질환 60%, 장시간 저온에 방치된 사정 40%로 평가했다.
이 사건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근거가 된 것은 결국 냉장창고 관리와 쓰러진 직원에 대한 구호였다. 재판부는 직접적인 사인이 기저질환에 따른 뇌지주막하출혈이더라도, 사업주가 냉장창고 관리를 소홀히 하고 제대로 구호하지 않은 것이 사망이라는 결과를 재촉했다고 판단했다. 기저질환과 시설 관리 소홀 등이 함께 작용한 죽음이라고 보고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공단의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가 관리와 순찰의 문제를 짚은 그 창고에는 물건이 쌓여 있었고 조명도 어두웠다. 직원들이 안을 확인하고 드나드는 동안에도 A씨는 발견되지 않은 채 찬 공기 속에 방치돼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