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출근 압박·돌봄 연가 방해, 구청 간부 감봉 유지
서울행정법원이 지각하지 않은 직원에게 조기 출근을 기대하는 말을 하고 자녀 돌봄을 위한 연가 사용을 곤란하게 한 구청 간부에 대한 감봉 1개월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정아론
지각하지 않은 직원에게 일찍 나오기를 바라는 듯한 말을 하고, 아이를 돌보려고 연가를 내려던 직원을 곤란하게 만든 구청 간부가 감봉 1개월 처분을 그대로 받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9월 10일 서울 강북구 공무원 A씨가 낸 감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과장으로 일하면서 팀장과 주무관 등에게 한 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돼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소청심사를 거치며 징계는 감봉 1개월로 줄었지만, A씨는 이마저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냈다. 지방소청심사위원회는 괴롭힘이라는 징계사유는 인정하면서도 앞서 징계받은 적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수위를 낮췄다.
A씨는 부서장으로서 업무를 바로잡으려고 나눈 대화였다고 맞섰다. 부하 직원이 지시를 거듭 따르지 않고 업무 관리에 소홀해 시정을 요구하다 나온 말이며, 일상 대화 수준이니 징계는 부당하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발언 하나하나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봤다. 업무보고를 받던 자리, 직원의 실제 근태, 연가를 내려던 사정을 차례로 따져 각 발언의 성격을 짚었다.
먼저 업무보고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A씨는 보고하던 직원에게 “나한테 설명하려고 하지 마”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를 직원의 발언 태도를 나무란 것으로 봤다. 업무 지시가 아니라 보고와 설명을 가로막은 행위이고,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A씨가 내세운 업무 관리라는 목적보다 직원의 보고를 막아선 말 그 자체를 문제 삼았다.
출근 시간을 물은 대목에서는 실제 지각 여부와 상급자의 권한이 판단의 근거가 됐다. A씨는 팀장에게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라고 물었지만, 팀장은 지각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근태에 문제가 없는 직원에게 일찍 나오기를 기대하며 던진 말로 봤다. 게다가 A씨는 그 팀장의 보직을 바꿀 권한을 쥐고 있었다. 재판부는 일찍 나오라고 직접 강요하지 않았더라도, 그런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한 말은 그 자체로 부당한 압박이 된다고 판단했다.
아이를 누가 돌볼지를 두고 한 말은 정당한 연가 사용과 개인 생활을 건드렸다는 판단을 받았다. A씨는 자녀를 돌보려고 연가를 내려던 직원에게 “남편에게 보라고 해”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말이 정당한 연가 사용을 막거나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 생활에 대한 지시라고 봤다. 업무상 적정 범위 안의 말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판결에는 한 번 한 말이라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담겼다. 재판부는 A씨의 발언들이 적절한 업무 지시의 선을 넘어 직원의 사기를 꺾고 부서 전체의 근무환경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 공직 사회의 기강을 세운다는 공익에 비춰 보면, 감봉은 비위에 비해 지나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소청심사에서 줄어든 감봉 1개월 처분은 그대로 유지됐다.
출근 시간을 묻는 말, 아이 돌봄을 두고 던진 말이 이번 사건에서는 징계와 소송으로 이어졌다. 가게에서 사장님과 직원이 출근과 연가를 놓고 나누는 대화에도 같은 질문이 남는다. 어디까지가 업무에 관한 말이고, 어디부터가 개인 생활에 대한 지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