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출고량 5.2% 줄었는데 편의점엔 젤리·과일 하이볼이 늘어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 8,000㎘로 전년보다 약 5.2% 줄었다.
유선영 기자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 8,000㎘였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자료로, 전년보다 약 5.2% 줄어든 양이다.
술 마시는 날도 줄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5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를 보면, 주류 소비자가 한 달에 술을 마시는 날은 2023년 평균 9일에서 지난해 8.8일로 줄었다. 2015년 출고량 380만 4,000㎘와 견주면 10년 새 20% 넘게 빠졌다. 시장 전체가 쪼그라드는 와중에도 일부 업체의 즉석음용주(RTD)와 편의점 전통주는 매출이 오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2분기 RTD 매출은 별도 기준 106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3.3% 늘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8월 12일 사이 팔린 전통주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많았다.
판매대에 새로 놓이는 술은 식감과 맛, 마시는 방법까지 잘게 나뉘고 있다. GS25가 8월 내놓은 ‘믹스업 하이볼’은 알코올 도수 3.5도짜리 워터젤리다. 차갑게 둔 캔을 마시기 전 10회 이상 흔들면 안에 든 겔이 작은 젤리 알갱이로 부서진다. 9월에는 실제 포도 알갱이를 넣은 ‘삼포깐포도하이볼’도 내놨다. 세븐일레븐의 ‘모스카토 와인볼’ 2종은 와인에 과일 원물과 탄산을 넣고 도수를 4도로 맞췄다. 캔 뚜껑이 통째로 열리는 풀오픈탭을 달아 과일 원물까지 꺼내 먹을 수 있다.
감미료를 뺀 술과 과일 맛 술도 늘었다. 롯데칠성음료는 기존 제로슈거 제품에서 한발 더 나가 감미료까지 넣지 않은 ‘순하리 청레몬진 무가당’을 추가했다. 하이트진로의 ‘테라 스파클링’은 화이트와인에 토마토·레몬·수박 맛을 입혔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이 제품은 출시 20일 만에 초도 물량 150만 캔이 모두 출고됐다. 애초 여름 한정으로 기획한 상품이었지만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술과 낯익은 먹거리를 엮은 상품도 나왔다. GS25는 CJ제일제당의 햇반 브랜드를 빌려 백미·흑미 막걸리 2종을 내놨다. 용인산 백옥쌀로 만든 제품으로, 앱 사전 예약 단계에서 준비한 물량이 일찍 동났다. 배상면주가는 농심과 손잡고 알코올 도수 4.5도 막걸리 ‘원별’과 스낵 ‘너구링’을 한데 묶은 한정 세트를 출시했다. 매콤한 음식에 원별을 곁들이자는 캠페인으로, 술 옆에 놓을 먹거리까지 제안한 셈이다.
GS25는 웹소설·웹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소재로 한 ‘자가소주’도 선보였다. 원작자의 메시지 카드를 넣고, 응원 문구를 직접 적을 수 있는 라벨을 붙였다. 익숙한 콘텐츠에 카드 한 장과 라벨 한 줄을 더해 손이 가게 만든 사례다.
술을 파는 가게 쪽에서 보면 시장 모습은 한 가지로 묶이지 않는다. 전체 출고량은 줄어드는데 일부 상품군 매출은 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RTD와 세븐일레븐 전통주 실적이 그런 경우다. 주류업계의 차별화 경쟁도 맛과 식감을 넘어 곁들이는 음식과 콘텐츠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