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빚 소각, '2023년 6월 연체' 기준에 버틴 차주가 불리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 30일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채권 매입·소각안의 2023년 6월 연체 기준이 빚을 갚으며 버틴 차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상용 기자
국회예산정책처는 10월 30일 내놓은 2027년도 예산안 분석에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의 빚을 사들여 소각하는 신규 사업을 따져 봤다. 연체 기준을 2023년 6월로 정해 놓은 탓에 빚을 갚으며 버텨 온 차주가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 대상은 코로나 위기기간인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 사이에 가게를 운영한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이다. 사들이는 빚은 2023년 6월 이전에 연체가 시작된 무담보 가계·사업자 대출이다.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 준 대위변제 보증부 대출도 포함된다. 매입한도는 금융회사별 1억원 미만이다. 언제 장사를 했는지와 함께 언제부터 연체했는지도 지원 조건에 들어간다.
채권을 사들일 돈은 2027년도 예산안에 새로 잡힌 5,000억원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출자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이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구상이다. 예산은 매입 대상 채권 약 5.4조원에 매입가율 약 9.5%를 적용해 산출했다. 차주가 따로 신청할 필요는 없다. 채권을 가진 기관과 협약을 맺어 한꺼번에 사들일 계획이다.
사들인 빚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갚을 능력에 달렸다. 상환능력 심사에서 일부라도 갚을 여력이 있다고 나오면 채무조정으로 넘기고, 갚을 능력이 전혀 없으면 채권을 소각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집합제한 등이 이어지던 시기에 시작된 소상공인의 피해를 덜어 주려는 사업이다. 다만 사들인 빚을 모두 소각하는 것은 아니고, 심사 결과에 따라 지원 방식이 정해진다.
예정처가 문제 삼은 대목은 연체만은 피하려고 빚을 갚아 온 차주다. 코로나 피해가 더 컸더라도 연체가 2023년 6월 이후에 시작됐다면 매입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봤다. 연체를 피하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이 도리어 손해를 보는 구조라는 평가다. 예정처는 사업이 확정되면 지원대상 세부 기준을 구체화하고 연체 시작 시점 기준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6월을 코로나 위기가 끝난 시점으로 삼았다. 정책에 기준선을 긋다 보면 일부 형평성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 뒤에 연체가 시작돼 연체기간이 비교적 짧은 차주는 기존 새출발기금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예정처의 시각은 다르다. 뒤늦게 연체한 차주는 상환능력을 완전히 잃었더라도 이번 사업의 채권 소각 대상에서는 빠지는 문제가 그대로 남는다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를 어떻게 따질지를 두고도 두 기관의 생각은 다르다. 예정처는 같은 시기에 문을 열었어도 지역과 업종에 따라 피해가 있었는지, 얼마나 컸는지가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코로나와 상관없는 채무자까지 지원을 받으면 그 부담이 성실상환자와 일반 납세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는 당시 장사를 한 소상공인 대부분이 직간접 피해를 입었다고 본다. 피해를 입증하라고 하면 실제로 타격을 입고도 증명하기 어려워 지원에서 빠지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새출발기금은 코로나 피해를 입은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 가운데 90일 이상 연체한 부실차주와, 연체 전이거나 연체 90일 미만인 부실우려차주를 지원한다. 채무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고, 채무조정 한도는 무담보 5억원 이하, 담보 10억원 이하다. 금융위는 2023년 6월 이후 연체가 시작된 차주도 새출발기금에서 상환능력 등에 따라 최대 90%까지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