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 대리구매 사기, 192명 피해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1월 2일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국내 도·소매업체 운영자 192명에게서 약 1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일당 16명을 송치했다고 밝혔다.
유선영 기자
공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국내 도·소매업체 사장 192명에게서 약 1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일당 16명이 검찰에 넘겨졌다.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1월 2일 이들을 송치했다.
경찰이 파악한 범행 기간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다. 일당은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등에 거점을 두고 국내 소상공인에게 접근한 혐의를 받는다. 수법은 이랬다. 먼저 공공기관 직원인 척 연락해 건축자재 같은 물품을 대량으로 주문한다. 그다음 특정 업체의 소방용품을 대신 사 달라고 부탁한다.
큰 주문을 믿게 만든 것은 공공기관 이름이 박힌 서류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은 공공기관 명의의 명함과 계약서 등을 이메일로 보내 정상적인 발주처럼 꾸몄다. 이런 서류로 사장님들의 의심을 누그러뜨린 뒤에야 소방용품 대리구매 이야기를 꺼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대신 사 달라는 물건은 소화방화포, 질식소화포 같은 소방용품이었다. 핑계는 “소방용품이 필요한데 단가 문제로 직접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이었다. 어느 업체에서 살지도 일당이 정해 줬다. 공공기관에서 쓸 물건이라며, 처음 넣은 건축자재 주문에 다른 물건 구매 부탁을 얹은 셈이다.
돈 문제는 한 번에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기존 물품 납품 계약금과 대리구매 대금을 함께 지급하겠다고 속였다. 가게 쪽에서 들으면, 납품할 물건의 계약금에 지정 업체에서 대신 사 줄 물건값까지 한꺼번에 받는다는 말이었다. 경찰은 공공기관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넣은 뒤 다른 물품의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것을 대표적인 노쇼사기 수법으로 꼽았다.
경찰 조사 결과 범행은 한국인 총책을 꼭대기에 두고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관리책·인력수급책·전화유인책 등이 일을 나눠 맡았고, 총책은 30대 A씨다. 적용된 혐의는 범죄단체조직·활동,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다. 송치된 일당 가운데 11명은 구속, 5명은 불구속 상태다.
범행에 쓰인 계좌를 빌려준 사람들도 수사망에 걸렸다. 경찰은 계좌를 빌려준 4명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팀은 공범을 쫓는 한편, 이번에 드러난 범행 말고 다른 범행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공공기관 이름으로 주문이 들어왔을 때 경찰이 내놓은 대응 방법은 해당 기관의 공식 연락처로 확인하는 것이다. 명함이나 계약서를 받았더라도 그 번호로 실제 발주가 맞는지 다시 물어보라는 얘기다. 대리구매나 선입금을 요구받았을 때 할 일도 함께 안내했다. 경찰은 이런 요구를 받으면 거래를 멈추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