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 잡은 직원 당일 해고한 대표, 예고수당 안 줘 벌금형 집유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자신을 폭행한 직원을 당일 해고하고 해고예고수당 247만 6,800원을 지급하지 않은 제조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정아론
인천지방법원은 최근 자신을 폭행한 직원을 그날 바로 해고하고 해고예고수당 247만 6,800원을 주지 않은 제조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50만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건은 인천의 3인 규모 제조업체에서 벌어졌다. 지난해 9월 입사한 직원은 무단결근을 거듭했다. A씨가 여러 차례 주의를 줬지만 근무태도는 나아지지 않았다. 이듬해 2월, 직원은 사업장에서 근무태도를 지적하던 A씨의 멱살을 잡고 폭행했다. A씨는 사업주로서 폭행을 그냥 넘길 수 없다고 보고 그날 바로 직원을 내보냈다.
문제는 해고 절차였다. A씨는 미리 해고를 알리지 않았고, 예고를 대신하는 수당도 주지 않아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26조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는 30일 전 예고 없이 직원을 내보냈다. 주지 않은 해고예고수당은 247만 6,800원이었다.
법정에서 다툰 지점은 하나였다. 직원의 행동이 예고와 수당 없이 해고할 수 있는 예외에 들어가느냐다. 근로기준법 26조 단서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를 예외로 둔다. A씨는 무단결근을 거듭한 데다 대표를 폭행하기까지 한 직원이니 즉시 해고할 수 있는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표의 멱살을 잡고 폭행한 일은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주거나 재산상 손해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비위나 폭력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수당을 면제해 주지 않고, 법이 적어 둔 사업 지장과 재산상 손해라는 요건을 그대로 따진 셈이다.
해고 뒤에는 더 큰 피해가 닥쳤다. 약 한 달 뒤 직원은 사업장에 다시 찾아와 A씨 부친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고, 식칼을 들고 A씨에게 달려들어 찌르려 했다. 직원은 현행범으로 체포돼 구속된 채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범행이 해고 이후에 벌어진 일인 만큼 해고 당시 예외 사유가 있었는지 따지는 데는 고려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폭행을 당한 직후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곧바로 해고한 경위, 식칼 위협 같은 심각한 피해를 추가로 입은 점을 감안해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그렇다면 예고 없이 내보낼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일까.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등은 공금 횡령이나 제품 절취 등을 예외 사유로 꼽는다. 대법원은 직원이 매장 비품을 사라고 둔 신용카드를 사적으로 쓰고 판매용 제품을 훔친 사건에서, 횡령·절취 금액이 크지 않더라도 해고예고수당 없이 즉시 해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직원을 내보내는 사장 입장에서 해고예고수당은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엄연한 비용이다. 법이 정한 예외가 아니라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3인 사업장의 대표가 폭행을 당한 그날 직원을 해고했어도, 247만 6,800원의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는 그대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