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툰 뒤 가위 챙겨 나간 미용사, 법원은 해고로 안 봤다
미용실 디자이너의 부당해고 구제 사건에서 지방노동위원회는 서면 통지가 없는 해고를 인정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해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정아론
미용실 원장과 다툰 뒤 출근을 멈추고 가위 등 미용도구를 챙겨 떠난 헤어디자이너가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지만,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은 해고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시작은 업무를 둘러싼 의견 차이였다. 헤어디자이너 A씨는 원장과 다툰 뒤 곧바로 퇴근했고, 이튿날부터 가게에 나오지 않았다. 며칠 뒤 미용실에 들른 A씨는 가위 등 미용도구만 챙겨 그대로 떠났다. 원장이 내보낸 것인지, A씨가 스스로 그만둔 것인지를 두고 양쪽 주장은 달랐다. 다만 면담 자리에서 서로 감정 섞인 말이 오갔다는 데는 다툼이 없었다.
A씨는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A씨 편에 섰다. 해고가 있었는데 이를 서면으로 알리지 않았으니 부당해고라는 판단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애초에 해고 자체가 없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A씨가 가위를 챙겨 가게를 떠난 행동에도 무게를 뒀고, 사건은 원장에게 유리하게 끝났다.
해고가 있었느냐와 함께 다툼거리가 된 것은 서면 통지다. 2007년부터 시행된 근로기준법 제27조는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알리도록 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조항을 둔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용자가 해고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하고, 분쟁을 적정하고 쉽게 풀며, 근로자가 해고에 맞설 여지를 넓히려는 것이다.
이 조항이 적용되는 해고라면 사유가 무겁든 가볍든, 서면으로 알렸는지가 따로 판단에 영향을 준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서면 통지 없이 한 해고는 물론, 부실하게 쓴 서면으로 알린 해고도 부당해고로 본다. 거꾸로 해고 자체가 없었다고 판단되면 위법성을 따질 대상이 사라져 사건은 기각된다. 미용실 사건에서도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법원은 해고가 있었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놨다.
말다툼 중에 오간 말로 해고가 인정된 사건도 있다. 한 버스회사 관리자는 근로자에게 “사표를 쓰라”는 말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근로자가 “해고하는 것이냐?”라고 묻자 관리자는 “응”이라고 답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해고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버스회사 사건도 재판 단계마다 판단이 같지는 않았다. 항소심은 사직이 있었을 뿐 해고는 없었다고 봤지만, 2023년 2월 2일 대법원 판결에서 해고가 인정됐다. 미용실에서는 가위를 챙겨 나간 행동이, 버스회사에서는 사표를 쓰라는 말과 해고 여부를 묻고 답한 대화가 해고냐 사직이냐를 따지는 판단 대상이 됐다.
직원과 감정 섞인 말이 오간 직후 출근이 끊긴 가게라면 어떻게 할까. 이 사건들을 소개한 변호사는 먼저 직원에게 그만둘 생각인지 물어보는 방식을 제안했다.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하면 사직서를 내는 등 사직 절차를 밟도록 안내하라는 것이다. 사직 의사가 있는 직원과 근로관계를 정리하려면 사직서를 받아 두라는 게 변호사의 권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