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명단으로 경쟁 체육관 홍보 도운 전 매니저, 1심서 3,600만원 배상
인천지방법원은 2026년 8월 체육관 운영자 A씨의 회원정보를 이용한 경쟁점 홍보에 가담한 전 매니저 B씨에게 3,6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1심 판결했다.
정아론
체육관 회원정보를 이용한 경쟁점 홍보를 도운 전 매니저가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인천지방법원은 2026년 8월 1심에서 체육관 운영자 A씨의 회원정보를 이용한 경쟁점 홍보에 가담한 전 매니저 B씨에게 3,60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가 된 건 회원 이름과 연락처 등이 담긴 매출대장 파일이다. A씨 체육관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또 다른 인물이 퇴사한 뒤 근처에 새 체육관을 차렸고, 기존 체육관 직원에게서 이 파일을 넘겨받았다. 새 체육관 운영자는 2022년 12월 기존 회원 수십 명에게 홍보 문자를 돌렸다. 이 일로 그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고, 판결은 확정됐다.
재판부는 A씨가 회원정보를 어떻게 관리했는지를 따져 영업비밀로 인정했다. A씨는 정보를 바깥에 공개하지 않았다. 직원이라도 그가 정한 비밀번호를 거쳐야 정보를 볼 수 있었고, 비밀번호는 점장으로 일한 C씨에게만 알려줬다. B씨와 근로계약을 맺을 때는 재직 중은 물론 퇴직한 뒤에도 일하며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지 못하도록 특약을 넣었다.
명단을 모으는 데 든 시간과 돈도 판단에 들어갔다. A씨는 회원정보를 쌓으려고 상당 기간 인력을 붙이고 광고비 등을 썼다. 재판부는 경쟁 업체가 이 정보를 손에 넣으면 큰 인력과 비용 없이도 특정 조건과 성향을 지닌 회원을 끌어오는 데 쓸 수 있다고 봤다. 경제적 가치와 비공개성, 비밀 관리 상태를 모두 갖췄다는 판단이다.
B씨가 가담했는지는 그의 홍보 활동과 파일을 넘겨받을 무렵 오간 메시지를 함께 놓고 판단했다. B씨는 새 체육관 문을 열 때부터 그곳에서 일하며 전단을 돌렸고, 개인적으로 연락해 온 기존 회원에게 자리를 옮겼다고 알린 사실을 인정했다. 파일을 건넨 직원에게는 프린터 인쇄 상태를 언급하며 출력물을 가져다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도 보냈다. 재판부는 이런 과정이 홍보 문자 발송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B씨가 적어도 과실로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같은 경쟁점으로 옮겼다고 결론까지 같지는 않았다. 점장이던 C씨도 나중에 새 체육관으로 이직했지만, 재판부는 불법행위에 가담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C씨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B씨에 대한 나머지 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민사 사건은 상소심이 진행 중이다.
손해액은 법원이 상당한 금액을 손해로 인정할 수 있게 한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에 따라 정했다. 손해가 난 것은 인정되지만 그 액수를 입증하기가 성질상 극히 어려울 때 쓰는 조항이다. 재판부는 B씨가 기존 체육관에서 일한 기간과 월급, 회원정보의 경제적 가치, 정보가 새 체육관 영업에 쓰인 점 등을 따져 손해액을 1,200만원으로 봤다.
실제로 물어줄 돈은 이보다 커졌다. 고의로 영업비밀을 침해하면 인정 손해액의 3배 안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게 한 구 부정경쟁방지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B씨의 고의나 손해 발생 우려를 인식한 정도, 침해로 얻은 이익, 침해 기간과 정보의 양, 새 체육관 운영자가 받은 형사처벌 수위와 피해구제 노력 등을 두루 살폈다. 그 결과 회원정보 유출로 손해를 본 A씨에게 인정 손해액의 3배인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