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결재 반려·부정적 평가 괴롭힘 아냐, 7,000만원 소송 항소 기각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금융 IT 서비스 회사 직원 A씨가 시간 외 근무 결재 반려와 부정적 인사평가 등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하며 회사와 상급자들을 상대로 낸 7,000만원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정아론
야근 결재를 반려당하고 인사평가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혔다며 직원이 회사와 상급자들에게 7,000만원을 물어내라고 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금융 IT 서비스 회사 직원 A씨가 시간 외 근무 결재 반려와 부정적 인사평가 등을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사와 상급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항소심에서 항소를 기각했다.
야근 결재가 왜 반려됐는지, 그 뒤 어떻게 승인됐는지가 판단의 대상이 됐다. A씨는 프로젝트 관리와 계약·정산, 서무 등을 맡았다. 일이 많다며 인원 충원을 요청했고, 이후 후임자가 배치되고 직무도 조정됐다. A씨는 2021년 12월부터 시간 외 근무 사후등록 결재를 7차례 올렸지만 번번이 반려됐다. 사유를 보완하라거나 결재라인을 바꾸라는 이유였다. 팀장은 팀 전체에 메일을 보내 야근·휴일근무는 사유를 미리 협의하고 실제 일한 시간을 올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당시 팀 업무가 과중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 없이 결재를 반려한 것으로는 보지 않았다. 반려 사유는 회사 방침에 따른 것이었고, 사유를 보완해 다시 올린 결재는 모두 승인됐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라는 요청도 회사 방침으로 봤고, 팀장의 메일 역시 지킬 수 없는 요구를 담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이 많았다는 사정만 보지 않고, 결재가 실제로 어떻게 처리됐는지까지 따져 본 셈이다.
근무지 변경을 두고는 회사가 왜 자리를 옮기게 했는지, 직원이 불편을 호소한 뒤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쟁점이었다. 회사는 공간이 부족하고 엔지니어 좌석을 확보해야 한다며 A씨를 은행 센터에서 본사로 옮겼다. A씨가 보안 환경이 달라 일하기 불편하다고 하자 일주일 만에 센터로 돌려보냈다. 법원은 공간과 인력 배치상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불편을 알게 된 뒤 복귀시킨 점까지 감안해 괴롭힘이나 권리남용으로 보지 않았다.
인사평가에 부정적인 의견이 담겼다는 것만으로는 A씨의 주장이 통하지 않았다. 팀장은 2022년 상·하반기 업적 평가에서 A씨의 인수인계와 협업·소통 등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A씨는 이를 허위사실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사평가에는 부정적인 평가나 개선점 지적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평가 역시 제도 취지상 허용되는 주관적 의견 표명이라며 명예훼손이나 괴롭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회사 책임을 따지는 대목에서는 회사가 괴롭힘 신고를 언제 접수했는지, 또는 언제 알았는지가 관건이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당사자를 조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A씨는 2022년 12월 회사에 보낸 메일로 이미 신고가 이뤄졌는데도 회사가 곧바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위자료를 청구했다. 법원은 그 첫 메일이 팀장의 평가 피드백을 반박하는 내용 위주였다며 괴롭힘 주장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후 들어온 정식 신고에 대해서는 회사가 노사공동 조사반을 꾸려 객관적인 조사를 성실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인정한 것은 네 가지다. 사유를 보완한 뒤의 결재 승인, 업무상 필요에 따른 이동과 복귀, 허용 범위 안의 평가 의견, 정식 신고 뒤의 조사다. 야근 승인과 직원 평가를 둘러싼 다툼에서 각 조치의 이유와 처리 과정이 하나하나 판단에 반영됐다. 항소심도 7,000만원 배상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