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은 아니라던 미용실 디자이너, 법원은 근로자로 봤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교육자료 분석에서 근로감독관 판단 기준과 최근 법원·노동위원회 흐름의 차이가 지적됐다. 법원은 노동청이 근로자성을 부정한 미용실 디자이너를 근로자로 인정했고, 노동위원회는 같은 프랜차이즈의 다른 디자이너에게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구제를 명령했다.
정아론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 교육자료가 계약서 형태와 보수 지급 방식을 사업자인지 가리는 잣대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월 27일 이 교육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실제로 어떤 관계에서 일했는지를 먼저 따지는 최근 법원·노동위원회의 판단 흐름과 방향이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는 ‘수사학교 강의안’과 ‘근로자성 판단과정 강의안’ 같은 내부 교육자료다. 자료는 일을 맡긴 쪽과 일하는 쪽이 서로의 관계를 근로계약으로 여기는지, 도급·용역계약서를 썼는지를 판단 지표로 삼는다. 고정급 없이 수수료로 보수를 받는지, 다른 학원에도 출강할 수 있는지도 사업자 성격이 강하다는 신호로 본다.
대법원과 노동위원회가 들여다보는 곳은 다르다. 이런 형식적 조건보다 ‘노무 제공의 실질’에 무게를 둔다. 근로계약서를 썼는지, 기본급이 있는지, 다른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보다 실제로 어떤 관계 속에서 일했는지를 먼저 본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단도 이 흐름에서 나왔다.
노동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노무사 A씨는 취업규칙을 적용하는지, 임금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정할 수 있는 항목이라고 했다. 법원과 노동위원회도 판단의 무게를 이런 항목에서 독립사업자로서 실질이 있는지로 옮겼다는 설명이다. 그는 노동부가 여전히 20년 전 판단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임금 체불 사건에서는 사업주의 고의성과 밀린 임금 청산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교육자료에는 사업주에게 체불 고의가 없었다면 ‘위반 없음’으로 행정종결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현행법에서 고의성은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때 따지는 요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가 없어도 체불 임금 청산 지도는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처벌 요건을 이유로 밀린 임금을 정리하게 하는 지도까지 끝내 버리는 사건 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근로자성과 체불을 모두 인정하고도 청산 지도 없이 사건을 닫은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지청은 제화노동자의 근로자성과 임금 체불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체불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건을 행정종결했다. 밀린 임금을 정리하라는 지도는 없었다.
미용실 디자이너 사건에서는 노동청의 근로자성 판단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23년 프랜차이즈 미용실 디자이너가 낸 진정 사건에서 계약서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법원의 결론은 달랐다. 지난해 2월 이 디자이너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같은 프랜차이즈에서 일한 다른 디자이너의 사건은 해고 구제로 이어졌다. 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이 디자이너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부당해고 구제를 명령했다. 미용실 사업주에게 남은 쟁점은 디자이너와 맺은 계약의 형태를 넘어, 실제로 일해 온 관계를 근로자성 판단과 해고 구제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