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미만·초단시간 근로자 퇴직급여 검토, 사업주 부담부터 따진다
고용노동부가 10월 29일 발표한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1년 미만 근속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의 퇴직급여 적용 확대를 검토하며, 퇴직급여 운영 실태 조사와 의무화에 따른 사용자 부담·노동시장 영향 분석을 하기로 했다.
정아론
고용노동부가 10월 29일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을 내놨다. 1년 미만 근속자와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퇴직급여를 줄지 검토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퇴직급여 운영 실태를 조사한다. 의무화하면 사용자가 얼마나 부담을 지는지, 노동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생기는지도 분석하기로 했다.
지금은 가게 직원에게 법정 퇴직급여를 줘야 하는지가 두 가지로 정해진다. 얼마나 오래 일했는지, 그리고 일주일에 몇 시간 일하기로 했는지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간 평균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지급 의무 대상에서 뺀다. 정부가 이번에 손보려는 대상이 바로 이들이다. 적용을 넓힐지 검토하고 실태를 조사한다.
조사는 퇴직급여 대상이 넓어졌을 때 사업주와 고용에 생길 변화까지 살핀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에 1년 미만 근속자와 초단시간 근로자의 퇴직급여 운영 실태 조사를 맡겼다. 의무화에 따른 사용자 부담과 노동시장 영향 분석도 함께 맡겼다. 노동자 보호와 기업 부담을 한자리에 놓고 따져 보겠다는 계획이다.
검토의 배경에는 짧게 일하는 사람이 늘어난 현실이 있다.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주 1~14시간 일한 취업자는 177만 9,000명이다. 1년 전보다 3만 7,000명(2.1%) 늘었다. 전체 취업자의 6.2%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로 가장 많다. 2016년만 해도 이 비중은 3.4%에 그쳤다. 초단시간 취업자가 늘면서 퇴직급여 사각지대도 함께 넓어졌다. 정부가 적용 확대를 검토하는 것도 이 틈을 메우기 위해서다.
숙박·음식점업은 짧게 일하는 청년이 특히 많은 업종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올해 8월 주된 업무의 실질취업 시간이 주당 1~17시간인 청년 취업자는 55만명이다. 2016년 31만 5,000명에서 10년 새 23만 5,000명이 불었다. 청년 취업자 가운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7.9%에서 16.0%로 뛰었다. 숙박·음식점업만 보면 청년 취업자의 41.4%가 주당 17시간 이하로 일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6월 이 의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거쳐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공공부문은 이미 한발 먼저 나섰다. 2027년부터 공공부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계약 기간에 따라 기준금액의 8.5~10%를 공정수당으로 주기로 했다.
가게 장부와 바로 맞닿는 대목은 적용 확대에 따른 부담과 채용의 변화다. 현행 DC형 퇴직연금에서 사용자가 법에 따라 최소한 내야 하는 부담금은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이다. 노사관계 전문가 A씨는 경영 환경이 나아지지 않은 채 적용 범위만 넓히면 영세사업주의 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근로시간이나 채용을 줄이는 흐름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국노동연구원에 맡긴 실태조사는 바로 이 사용자 부담과 노동시장 영향을 따져 보는 단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