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업장서 12년 교대근무 끝 숨진 근로자, 대법 "산재는 전체 업무로 판단"
대법원이 10월 27일 두 사업장에서 약 12년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 근로자의 뇌출혈 사망 사건에서 전체 업무를 고려해 산재 여부를 판단한다는 법리에 따라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정아론
대법원이 10월 27일 두 사업장에서 약 12년간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다 뇌출혈로 숨진 근로자 사건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산재 여부는 전체 업무를 놓고 판단한다는 법리에 따랐다.
산재를 따질 때 들여다보는 업무는 마지막으로 일한 사업장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을 옮겨 다니다 병을 얻었다면, 사용자마다 그 밑에서 겪은 업무가 모두 판단 자료가 된다. 다른 사업장에서 일하다 온 직원을 둔 가게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기준이다.
A씨는 야간근무 도중 기계실 안 사무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뇌출혈로 숨졌다.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승인됐다. 원심도 같은 결론이었다. 고시가 정한 만성적인 과중 업무나 단기 과로 업무로 보기 어렵고 개인 건강 상태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며, 불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근무시간만 세지 않았다. 실제로 쌓인 업무부담에 더 무게를 뒀다. A씨는 오랫동안 교대근무를 했고, 숨지기 전 근무도 들쭉날쭉했다. 발병 전 1주일 동안에는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 지하 기계실에서 소음과 분진, 유해물질에 노출된 채 몸 쓰는 수리 일을 했고, 직원과 고객의 항의도 받아내야 했다. 대법원은 이런 부담 요인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었다고 봤다.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52시간에 못 미쳤다. 그래도 대법원은 업무관련성을 지우지 않았다. A씨가 평소 정상적으로 일하며 건강을 관리해 왔고 업무부담도 복합적이었던 만큼, 그 근무시간이나 키·몸무게 등을 들어 업무관련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야간근무와 고혈압·뇌혈관질환의 관련성을 다룬 연구결과, 그리고 A씨의 혈압이 정상범위에서 고혈압 1단계까지 오른 경과도 판단에 담았다.
질병이 업무 때문인지는 그 근로자 본인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따진다. 대법원은 병의 주된 원인이 업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원인에 겹쳐 병을 일으키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평소엔 일하는 데 지장이 없던 지병이 과중한 업무 탓에 자연스러운 진행 속도보다 급격히 나빠진 경우도 여기에 들어간다.
만성적으로 과중한 업무였는지 볼 때는 일한 시간 말고도 따지는 조건이 많다. 업무량과 강도, 책임, 휴일·휴가 같은 쉬는 시간, 교대제와 야간근로, 정신적 긴장, 수면시간, 작업환경, 근로자의 나이와 성별 등이 모두 판단 요소다. 대법원은 시행령의 인정 기준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를 예시로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준에 적히지 않은 병도 업무상 질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 적용된 고용노동부 고시를 두고는 국민과 법원을 대외적으로 구속하는 규범이 아니라고 했다. 근로복지공단 내부 업무처리지침이나 법령 해석·적용 기준을 정한 행정규칙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의 교대근무 등이 고혈압과 겹쳐 뇌출혈을 일으켰거나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유족급여·장의비 불승인 처분을 적법하다고 본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일했던 직원이라면, 그곳에서 맡은 업무와 야간·교대근무 부담까지 산재 판단에 함께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