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권리금 계약, 임대차 불발 특약 따라 해제
대전지방법원이 임대차계약 불발 때 받은 돈을 돌려주기로 한 특약에 따라 약국 권리금 계약의 해제를 인정하고, 양수인이 제기한 2억 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시유란
임대차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받은 돈을 돌려주기로 특약을 맺었다면 약국 권리금 계약도 그 특약대로 풀린다는 판단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은 이 특약에 따라 계약 해제를 인정하고, 약국을 넘겨받으려던 양수인이 낸 2억 8,00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은 10월 1일 나왔다. 사건은 대전 중구의 한 약국 영업권 거래에서 시작됐다. 양수인 A씨는 2025년 11월 양도인에게 권리금 8억원을 주고 영업권을 통째로 넘겨받기로 했다. 계약금 8,000만원, 중도금 1억 6,000만원, 잔금 5억 6,000만원으로 나눠 치르는 조건이었다. A씨는 계약 당일 계약금을 보냈다. 문제는 그다음에 생겼다. 임대인과 보증금·월세를 두고 생각이 맞지 않아 임대차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다.
계약서에는 계약금을 기준으로 해제와 위약금을 정한 일반 조항이 들어 있었다. 중도금을 치르기 전이라면 양도인은 계약금의 배액을 물어주고, 양수인은 계약금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다. 어느 한쪽이 계약상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서면으로 이행을 요구한 뒤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만큼을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게 했다.
임대차가 성립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특약은 따로 뒀다. 임대인과 임대차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권리금 계약을 취소하고 양도인이 받은 돈을 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월세가 100만원 안쪽으로 오르면 약속한 권리금을 그대로 내고, 그보다 더 오르면 권리금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 월세가 지나치게 올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도 계약을 취소하고 받은 돈을 전부 돌려주기로 했다. 일반 조항과 특약이 부딪히면 특약을 앞세운다는 문구도 넣었다.
임대차가 무산되자 양도인은 2025년 11월 22일 계약금 8,000만원에 이자 몫 100만원을 얹어 8,100만원을 돌려줬다. 그러나 양수인은 이 돈을 도로 보냈고, 중도금 1억 6,000만원까지 송금했다. 양도인이 이 돈마저 다시 돌려주자 양수인은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친 2억 4,000만원을 법원에 공탁했다. 양도인은 같은 해 12월 18일 다른 약사에게 영업권을 6억 3,000만원에 넘겼다.
양수인은 양도인이 임대인의 큰 폭 월세 인상 계획을 알면서도 숨겼다고 주장했다. 중도금까지 받아 놓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영업권을 넘긴 것은 배임이라는 주장도 폈다. 한 달 예상 조제료 4,800만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1년 동안 5억 7,600만원의 조제료 수익을 놓쳤다며, 그 가운데 2억 8,000만원을 청구했다. 이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영업권을 넘겨주지 않은 데 따른 계약상 손해배상 예정액 8,000만원이라도 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양도인이 계약금을 돌려준 시점에 특약에 따른 합의해제가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봤다. 양수인은 계약금의 배액인 1억 6,000만원을 돌려받지 않았으니 계약이 아직 살아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계약서에 적힌 특약 우선 조항을 들어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수인이 그 뒤 계약금과 중도금을 다시 보냈다고 해서 이미 해제된 계약이 되살아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약국 거래에서 배상 책임을 판가름한 것은 양도인이 다른 약사에게 영업권을 넘기기 전에 기존 계약이 이미 해제됐느냐였다. 임대차 불발에 대비해 넣어 둔 반환 특약과 실제로 돌려준 계약금이 해제를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양수인이 청구한 2억 8,000만원도, 예비적으로 요구한 8,000만원도 모두 기각됐다. 소송비용도 양수인이 떠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