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먹는 美 가구, 패스트푸드에 쓰는 돈 8% 줄였다
미국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자가 있는 가구의 패스트푸드점 지출이 복용 시작 이후 8% 줄었다.
유선영 기자
미국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먹는 사람이 있는 가구는 복용을 시작한 뒤 패스트푸드점에 쓰는 돈을 8% 줄였다.
먹는 양이 줄자 장바구니와 외식 씀씀이도 달라졌다. 갤럽에 따르면 6월 기준 미국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 복용자는 약 3,800만명이다. 코넬대와 시장조사업체 뉴머레이터는 미국 복용자를 3년간 추적했다. 그 결과 복용 첫 6개월 동안 전체 식료품 지출이 5.3% 줄었다. 머핀·도넛과 과자는 이보다 더 크게 줄었다.
제과류와 간식은 덜 사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아예 끊는 경우도 함께 나왔다. 같은 연구에서 복용 첫 6개월 동안 머핀·도넛 같은 단 빵류 지출은 9%, 감자칩 같은 짭짤한 과자 지출은 11% 줄었다. 아이스크림에 쓴 돈도 5% 줄었다. PwC가 따로 조사했더니 미국 복용자의 61%가 단 간식에 쓰는 돈을 줄였고, 9%는 아예 끊었다고 답했다.
PwC 조사에서 미국 복용자가 패스트푸드점 피자에 쓴 돈은 22% 줄었다. 코넬대 연구에서는 복용자의 주류 지출이 첫 6개월간 1% 줄었다. 디아지오에 따르면 복용자의 증류주 구매는 2%, 맥주는 4%, 와인은 5% 감소했다. 그래도 복용자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술집을 찾는다는 게 디아지오의 설명이다.
헬스케어를 뺀 상장사 200곳 이상이 7~9월 실적 발표에서 GLP-1이나 비만치료제를 언급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다. 펩시코, 도미노피자, 스테이크 체인 텍사스로드하우스 등은 비만치료제 때문에 식습관이 바뀌는 것을 사업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도미노피자가 10월 내놓은 7~9월 실적을 보면 매출 증가율이 물가 상승률에 못 미쳤고, 주문 한 건에 담기는 품목 수도 줄었다. 회사 측은 그 원인을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에서 찾았다.
식품업체들은 적게 먹더라도 더 비싸고 영양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소비자를 노린다. 소포장과 고단백 제품을 늘리는 식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 요구르트와 코티지치즈 등은 판매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민텔은 이 흐름을 ‘덜 먹되 더 좋은 것을 먹는’ 소비라고 표현했다. 매그넘아이스크림컴퍼니는 한입 크기 제품과 단백질 강화 아이스크림에 힘을 싣고 있다.
외식업체들은 고단백 메뉴와 양을 줄인 메뉴로 대응에 나섰다. 맥도날드는 단백질 볼, 구운 치킨, 에그바이트 같은 고단백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KFC는 9월 미국에서 3.49달러(약 4,600원)부터 시작하는 소용량 메뉴를 선보였다. 고단백 식품인 요거트의 미국 판매량은 8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늘었다.
기업들은 덜 팔리는 만큼을 가격으로 메우려 한다. 하지만 양을 줄이고 값은 그대로 두는 전략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외식 컨설턴트 A씨는 “소비자는 양이 줄면 덜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