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장기연체 빚, 상환능력 따라 정리한다
금융위원회가 10월 28일 금융공공기관의 15년 이상 연체채권 4조 9,000억원을 정비하고, 앞으로 연체 5년 시점에 상환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빚을 종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임상용 기자
금융위원회가 10월 28일 금융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15년 이상 연체채권 4조 9,000억원을 정리하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앞으로는 연체 5년 시점에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의 빚을 끝내는 것이 원칙이다.
부실채권을 보유·관리하는 곳은 7개 기관이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서민금융진흥원, 캠코다. 이들이 관리하는 부실채권에는 개인과 개인사업자, 법인의 빚이 함께 들어 있다.
시효를 관리하는 기준도 갚을 능력으로 바뀐다. 대출채권은 보통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돌아온다. 그래도 채권자가 지급명령 같은 법적 조치를 하면 시효가 늘어난다. 앞으로는 이 시점에 상환능력을 따져 갚을 여력이 없으면 시효를 연장하지 않고 빚을 끝내는 것이 원칙이다. 연체 15년을 넘겨 두 번째 소멸시효가 돌아온 채권은 재산을 숨기는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각한다.
심사 방식은 취약계층인지, 빚이 얼마인지에 따라 다르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연금수급자, 생계지원금을 받는 국가유공자는 연체금액과 상관없이 따로 심사하지 않고 시효를 완성한다. 500만원 이하 빚은 재산을 조사해 회수할 실익이 거의 없으면 종결한다. 5,000만원 이하 빚은 채무자가 심사를 신청해 상환능력이 없다고 인정받으면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
이미 쌓인 15년 이상 연체채권 가운데 정리 대상은 11만 8,000건이다. 법적 조치나 채무조정이 진행 중인 채권 등은 여기서 뺐다. 이 중 시효가 돌아왔거나 바로 소각할 수 있는 4조 5,000억원은 채무자가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재산조사를 거쳐 내년 1분기까지 소각할 계획이다. 회수할 재산이 상당한데도 갚지 않는 경우 등은 소각 대상에서 제외한다. 나머지 4,000억원은 내년까지 매각하거나 소각할 계획이다.
새도약기금 대상에서 빠진 연체 5~7년, 5,000만원 이하 채권 4,000억원도 따로 정리한다. 취약계층인지와 재산·소득 등을 심사해 갚을 능력이 없으면 빚을 끝낸다. 심사에 응하지 않는 경우 등에는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넘겨 채무조정을 유도한다. 캠코에 매각된 채권은 이후 감면이나 분할상환 등의 절차를 밟는다.
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을 캠코로 넘기는 시점과 감면 폭도 바뀐다. 5,000만원 이하 개인·개인사업자 부실채권은 되도록 연체 3년 안에, 원칙적으로는 5년 시점까지 캠코에 넘기도록 한다. 행정처리에 필요한 기간으로 최대 1년을 더 준다. 캠코가 채무자의 상환부담 등을 따져 원금을 깎아주는 비율은 지금의 30~60%에서 30~80%로 넓힌다.
보증부대출을 갚기 버거운 사장님을 위해 채무조정 신청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나온다. 지금은 보증기관이 은행에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위변제가 끝나야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는 대위변제 전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뒤에만 가능하던 원금 감면도 상각 전에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협의와 기관별 내규 개정 등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해 올해 4분기부터 차례로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