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년 노포 1~8월 112곳 도산, 흑자 빵집도 후계자 없어 문 닫아
일본에서 2026년 1~8월 창업 100년 이상 노포 기업 112곳이 도산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시유란
일본에서 창업 100년이 넘은 노포 기업 112곳이 2026년 1~8월 사이 도산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 늘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07년 이후 같은 기간으로는 가장 많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34곳으로 가장 많았고 도매업 24곳, 소매업 22곳이 뒤를 이었다. 절반인 56곳은 부채가 1억엔(약 8억 5,000만원)이 안 되는 소규모 도산이었다. 오랜 세월을 버틴 기업들도 고령화와 고물가, 구인난이 한꺼번에 덮친 경영환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흑자를 내고도 가게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은 동네 가게도 있다. 일본의 한 빵집은 수십 년 동안 지역 주민이 찾던 곳이었다. 아침이면 빵을 사려는 손님들로 붐볐고 해마다 흑자를 냈다. 그래도 2024년 6월 말 문을 닫았다. 80대 사장 A씨의 건강이 나빠졌는데, 뒤를 이을 후계자도 가게를 사겠다는 인수자도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일찍부터 경영자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을 함께 짚어 왔다. 과거 추계에서는 2025년을 기점으로 중소기업·소규모 사업 경영자의 3분의 2인 약 245만명이 70세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법인 경영자 약 93만명과 개인사업자 약 152만명을 합친 규모다.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경영자 127만명, 흑자를 내면서도 폐업 위기에 놓인 기업 62만개사도 이 추계에서 나온 숫자다.
일본에서는 가족 밖에서 사업을 이어갈 사람을 찾는 방식이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친인척이나 회사 안 임직원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자녀가 가업을 잇지 않겠다고 하는 등 가족 안에서 승계가 어려워지자 제3자 인수합병(M&A)을 통한 외부 승계가 떠올랐다. 가족이 아닌 인수자에게 사업을 파는 방식이다.
일본 M&A센터 홀딩스 측에 따르면 예전에는 경영자가 건강하면 승계 준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강했다. 친인척이 아닌 제3자에게 회사를 넘기는 데 거부감도 컸다. 요즘은 자금 여력과 디지털 역량을 갖춘 젊은 경영자나 상장사에 알짜 중소기업을 팔아 사업을 잇는 M&A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외부 승계를 받쳐 주는 제도도 갖춰졌다. 일본 정부는 경영승계원활화법을 만들고 세제 혜택을 주는 한편 M&A 중개 플랫폼을 지원해 사업승계를 도왔다. 사업승계를 위한 제3자 M&A는 일본 중소기업의 주요 선택지가 됐다. 일본 M&A 시장도 최근 연간 4,000~5,000건 규모로 커졌다.
국내 중소기업 대표들도 나이가 들어 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4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를 보면 대표자가 60대 이상인 중소기업은 269만 3,382개로 전체의 31.7%였다. 그런데 국내 사업승계 정책은 가업상속공제처럼 친족 승계에 무게를 실어 왔다. 친족에게 물려주기 어려운 기업이 외부 제3자에게 사업을 넘길 인수합병 생태계는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아침마다 손님들로 붐비던 일본 빵집도 사장의 건강 악화와 승계 난항 끝에 영업을 접었다. 해마다 흑자를 내던 가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