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없으면 종결' 노동부 체불 지침, 밀린 임금 지급 의무는 남는다
고용노동부가 체불 고의성이 없으면 사건을 종결하도록 교육했지만 체불임금 지급 의무는 남으며, 대법원은 실제 일하는 관계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정아론
사업주에게 임금체불 고의가 없으면 사건을 내사종결(위반없음)로 처리하라는 지침이 고용노동부 교육자료에 담겼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10월 27일 노동부에서 받은 자료다.
사건이 종결돼도 밀린 임금을 줘야 하는 사업주의 의무는 사라지지 않는다. 현행법에서 체불의 고의성은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때 따지는 요건이다. 고의성은 처벌 여부를 가리는 잣대일 뿐이다.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서 임금을 청산할 의무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임금을 받으려고 낸 진정이 교육자료대로 행정 종결되면, 노동자는 직접 민사소송을 내 체불임금을 받을 권리를 다퉈야 한다.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노동부 성남지청은 9월 11일 임금체불 진정을 낸 제화 노동자의 근로자성과 체불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그런데도 “체불의 고의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밀린 임금을 청산하라는 지도 없이 사건을 끝냈다.
도급·용역계약이나 수수료 보수를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제시한 교육 내용도 함께 드러났다. 신규 채용 근로감독관이 듣는 수사학교 강의안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 모을 자료로 근로계약에 대한 당사자의 인식 유무를 꼽았다. 재직 감독관용 교육자료는 도급·용역계약서를 썼는지, 고정급 없이 수수료로 보수를 받는지, 다른 학원에 출강할 수 있는지 등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들었다.
최근 대법원 판례는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등 실제로 어떻게 일했는지를 보고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여겼는지, 근로계약서를 썼는지, 고정급을 받는지, 다른 일을 겸할 수 있는지 같은 형식보다 실제 노무 제공 관계를 따진다. 조사에 함께 참여한 노무사 A씨는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독립사업자로서의 실질을 중심으로 판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아직 20년 전 판단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스스로 프리랜서라고 여긴 사건에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2024년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프리랜서 드라이버 사건에서 노무 제공 관계의 실질을 근거로 기사를 노동자로 봤다. 수수료를 임금으로 인정한 판결도 있다. 대법원은 2021년 코웨이 수리기사가 낸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판매 수수료를 임금으로 보고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교육자료는 고정급 없는 수수료 보수를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지표로 들었지만, 이 사건에서는 수수료를 받던 수리기사가 노동자로 인정받았다.
미용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노동청은 계약서가 없다며 근로자성을 부정했지만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23년 프랜차이즈 미용실 헤어디자이너 A씨가 낸 진정 사건에서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이 헤어디자이너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사건이 종결된 뒤에도 사업주의 체불임금 지급 의무는 남는다. 근로자성 역시 계약서 이름이나 수수료 형식보다 지휘·감독 같은 실제 노무 제공 관계를 보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