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2구역 이주 8개월 만에 퇴거율 99%, 비어 가는 이태원 골목
대우건설은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 이주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퇴거율이 99%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창욱 기자
서울 한남2구역 재개발 이주가 시작된 지 8개월 만에 퇴거율이 99%에 이르렀다. 대우건설이 내놓은 수치다.
이태원역 주변 골목에서는 문 닫은 가게와 빈 점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8월 29일과 10월 21일 용산구 이태원로 27가길에서는 낮 1시가 넘어서도 문을 연 가게가 서너 곳뿐이었다. 곳곳이 공실이었고 임대 안내문이 나붙어 있었다. 세계음식거리로 불리는 이 골목은 2022년 핼러윈데이 인명 사고 뒤에도 인파가 줄지 않던 곳이다. 이태원역 앞 카페에서 일하는 A씨는 주말 낮이면 붐비던 골목이 이제는 반나절 내내 인적이 드물고, 문을 열지 않는 가게도 많아졌다고 했다.
골목 밖으로 넓혀 봐도 용산구 상권 전체의 점포와 매출이 함께 줄었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올해 2분기 상권 점포 수는 1만 9,584개다. 직전 분기 1만 9,698개보다 114개 줄었고, 1년 전과 비교하면 316개가 사라졌다. 매출액은 3,692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89억원, 전년 동기보다 239억원 적었다.
해마다 끊어 보면 가게 수는 계속 줄었지만 매출이 반등한 해도 있었다. 용산구의 점포 수와 매출은 2023년 2만 613개·4,369억원, 2024년 2만 270개·4,217억원, 2025년 1만 9,836개·4,258억원이다. 가게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다. 하지만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못 미쳤다.
관광객 흐름은 반대로 움직였다. K컬처 유행과 국립중앙박물관 인기에 힘입어 용산구를 찾는 발길이 늘었다.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용산구 관광객은 올해 1월 931만명에서 6월 1,007만명으로 8.2% 증가했다. 공인중개사 A씨는 한남 재개발 이주가 시작돼 주거 인구가 줄자 인근 상권으로 옮겨 가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는 카페와 외식업 같은 생활밀착업종은 소비 수요가 줄어들 것에 대비해 상인들이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남2구역 재개발로는 조합원 900~1,000가구가 한꺼번에 동네를 떠난다. 이주는 올해 2월 시작됐다. 퇴거가 진행된 골목에는 테이프로 엑스 표시를 붙이거나 페인트로 완료라고 써 놓은 집들이 보였다. 철거와 착공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고, 완공 목표는 2031년이다.
용산구는 올해 92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0억원보다 사업 규모는 줄었지만, 올해는 이태원1·2동에 저금리 대출을 따로 얹었다. 구 관계자는 이 추가 대출에 특별 금리 인하도 적용한다고 했다.
추가 대출은 핼러윈 사고로 타격을 받은 이태원1·2동 소상공인이 대상이다. 용산구 관계자에 따르면 금리는 1.5%대다. 각 1억원 한도에서 모두 10억원을 지원한다. 저금리 대출이 풀리고는 있지만, 재개발 이주로 생긴 주거 수요 공백은 최소 5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회복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