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시정사건 기각 59%로 올라, 사업주 조사 판단이 쟁점
10월 26일 공개된 국회 자료에 따르면 노동위원회가 올해 8월까지 처리한 직장 내 성희롱 시정사건 가운데 기각 비중이 59.3%로 높아졌다.
정아론
10월 26일 공개된 국회 자료를 보면, 노동위원회가 올해 8월까지 처리한 직장 내 성희롱 시정사건 가운데 기각 비중이 59.3%까지 올라갔다.
직원을 둔 사장님에게 걸리는 대목은 성희롱이 생겼을 때 사업주가 하는 조사와 피해자 보호조치다. 직장 내 성희롱 시정제도는 2022년 5월 생겼다. 피해를 입고도 사업주에게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직접 시정을 신청할 수 있다. 시정절차에서는 사업주의 보호조치가 적절했는지를 따진다.
사업주가 내놓은 조사 결과를 시정사건에서 어떻게 볼지를 두고는 법정 다툼이 벌어졌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년 펴낸 「고용상 성차별 등 시정 조사 길라잡이」에 기준을 하나 적었다. 사업주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조사에서 성희롱 사실이 인정돼야 피해자 보호조치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노위는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근거로 관련 사건의 시정신청을 기각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9월 사업주의 조사 과정까지 들여다봤다. 사업주가 조사를 소홀히 해 성희롱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노동위원회가 사실관계와 보호조치 의무 위반 여부를 직접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판결이다. 법원은 이 사건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하고 중노위 재심판정 일부를 취소했다.
이번에 공개된 중앙노동위원회 제출 자료를 보면 기각 비중은 해마다 높아졌다.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처리한 시정사건은 모두 144건이고, 이 가운데 54건이 기각돼 37.5%를 차지했다. 연도별로 보면 처리사건 중 기각 비중은 2023년 23.5%, 2024년 35.9%, 2025년 40.0%였고, 올해는 8월까지 59.3%에 이른다. 처리 건수는 2023년 34건, 2024년 39건, 2025년 35건, 올해 8월까지 27건이다.
노동위원회가 사실관계를 어떻게 조사하는지는 중노위가 2022년 펴낸 「고용상 성차별 등 업무매뉴얼」에 나와 있다. 당사자 주장이 서로 다르면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출석·현장조사 등을 하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미리 충분히 조사하라는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로 조사권을 쓴 횟수는 줄었다. 자료제출 요구는 2023년 접수 사건에서 20건이었지만 2025년 접수 사건에서는 6건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장조사도 7건에서 4건으로 줄었다.
피해자 구제 절차와 소송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법원에 전달됐다. 공인노무사·변호사 52명은 10월 15일 공동탄원서를 내고 노동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심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업주의 판단에 따라 시정절차가 좌우되면 피해자가 권리구제를 받을 길이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별도 소송으로 번지면 피해자가 시간과 비용을 더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가게에서 성희롱 피해를 호소한 직원의 보호조치를 두고 다툼이 생긴다면, 앞선 판결은 사업주의 조사 과정과 노동위원회의 직접 심리를 함께 다룬 사례다. 중노위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선고는 11월 13일로 잡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