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다음 달 말 지급’ 계약서 있어도 퇴직금 원칙은 14일 이내
10월 21일 공개된 퇴직금 정산 사례에서 변호사들은 근로계약서에 ‘퇴사 다음 달 말 지급’이라고 적혀 있어도 구체적인 지급기일 연장 합의의 인정 여부에 따라 퇴직일부터 14일 이내 지급 원칙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정아론
근로계약서에 ‘퇴사 다음 달 말 지급’이라고 적어 뒀다면 퇴직금을 그때 줘도 될까. 10월 21일 공개된 퇴직금 정산 사례에서 변호사들은 지급기일을 늦추기로 한 구체적인 합의가 인정되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봤다. 그런 합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퇴직일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A씨는 1년을 일하고 회사를 나왔다. 퇴직금을 묻자 회사는 퇴사 다음 달 말에 정산한다고 답했다. 근로계약서에도 같은 문구가 들어 있었다. 계약서에 적힌 정산일을 근거로 회사가 퇴직금을 14일 넘겨 줘도 되는지가 A씨의 물음이었다. 지난해 2개월 반, 올해 2개월 반가량 쉬는 날 없이 일한 기간의 임금은 이미 받은 상태였다.
퇴직금과 밀린 임금은 퇴직일부터 14일 안에 주는 것이 기본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와 근로기준법 제36조가 이를 정하고 있다. 당사자끼리 합의하면 지급일을 늦출 수 있다. 그렇다고 계약서에 ‘퇴사한 다음 달 말’이라는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늘 유효한 연장 합의가 되지는 않는다. 한 변호사는 그 조항을 구체적인 연장 합의로 볼 수 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고 했다.
퇴직한 뒤 근로자가 동의했는지도 따져볼 대목이다. 다른 변호사는 근로자가 퇴직 후 구체적인 지급일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14일 안에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가 일률적으로 정한 정산 방침이나 계약서의 두루뭉술한 문구만 내세워 지급을 미루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도 봤다.
유효한 연장 합의 없이 14일을 넘기면 퇴직금에 지연이자가 붙을 수 있다. 유효한 연장 합의 없이 14일을 넘긴 부분은 임금 체불이 된다. 한 변호사는 이 경우 늦어진 날수만큼 연 20%의 지연이자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다른 변호사도 지급기한이 지난 다음 날부터 실제로 돈을 준 날까지 원칙적으로 연 20%의 지연이자가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쉬는 날 없이 일한 부분은 별개의 문제다. 한 변호사는 휴무 없이 계속 일하게 한 것은 법 위반이고, 사업주가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줘야 한다. 다른 변호사는 근무 형태와 사업장 규모, 휴일을 다른 날로 바꾸기로 합의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임금을 다 받았더라도 실제로 주휴일을 쉬지 못했다면 따로 근로기준법 위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응 방법으로는 근무 기록을 챙겨 신고하는 절차가 제시됐다. 이 변호사가 꼽은 기록은 출퇴근기록, 근무표, 급여명세서, 업무지시 메시지다.
직원 퇴직금을 정산하는 가게도 기한을 넘기면 체불 진정을 받을 수 있다. 두 변호사가 설명한 순서는 이렇다. 근로자는 먼저 문자나 이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법정 기한 안에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다. 그래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용노동청에 퇴직금 체불 진정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