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사실상 문 닫으면 ‘폐업’, 약국 권리금 절반 반환 확정
병원 앞 약국의 권리금 반환 특약에서 폐업을 실질적인 영업 종료로 해석해 양도인에게 1억 2,500만원 반환을 명한 판결이 확정됐다.
시유란
종합병원이 사실상 영업을 끝냈다면 권리금 반환 특약에서 말하는 ‘폐업’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수원지법은 병원 앞 약국 영업권을 넘긴 양도인에게 권리금 절반인 1억 2,500만원을 돌려주라고 했다.
분쟁은 ‘병원이 문을 닫으면 권리금 일부를 돌려준다’는 약속에서 시작됐다. 약국 영업권을 넘겨받은 A씨는 2024년 2월 경기도의 한 종합병원 앞 약국을 인수하며 양도인에게 권리금 2억 5,000만원을 건넸다. 두 사람은 특약도 하나 맺었다. 잔금을 치른 날부터 1년 안에 병원이 폐업하면 양도인이 권리금의 절반을 A씨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병원이 언제 문을 닫느냐에 달려 있었다.
병원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계약 6개월 만이었다. 경영이 나빠지면서 임금체불 등이 불거졌고, 의료진을 비롯한 직원들이 잇따라 사직했다. 환자가 크게 줄어든 채 버티던 병원은 두 사람이 약국 영업권 계약을 맺은 지 1년 만에 운영을 멈췄다.
다툼은 특약에 적힌 ‘폐업’ 두 글자를 어떻게 읽느냐로 번졌다. A씨는 병원 운영이 멈췄으니 권리금 절반인 1억 2,500만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양도인은 특약의 폐업은 폐업 신고일을 뜻한다고 맞섰다. 병원이 폐업 신고를 한 것은 계약 후 1년 8개월이 지나서였으니 돌려줄 의무가 없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문을 닫은 때와 신고한 때 가운데 어느 쪽을 기준으로 삼을지 합의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소송에 들어갔다.
수원지법 민사23단독은 8월 권리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전부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끌어왔다. 계약 해석을 두고 다툼이 생기면 약정을 맺은 동기와 경위,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두루 따져 합리적으로 해석한다는 판례다. 이를 바탕으로 이 사건 특약의 폐업은 병원이 실제로 영업을 끝낸 것을 뜻한다고 봤다.
재판부가 눈여겨본 것은 A씨가 돈을 치르고 넘겨받은 영업권의 값어치였다. 이 약국 영업권 가치의 상당 부분은 규모가 상당한 인근 종합병원에서 나올 조제약 매출에 대한 기대라는 것이다. 병원 폐업 여부에 따라 권리금 일부를 돌려주기로 한 약정 역시, 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기간을 채웠는지에 따라 차등을 둔 것으로 풀이했다.
폐업 신고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폐업 신고를 행정이나 세금과 관련된 절차로 설명하면서, 병원의 의사나 내부 사정에 따라 신고가 미뤄질 수 있다고 짚었다. 병원에서 나오는 조제약 매출에 대한 기대와 특약을 맺은 취지를 함께 놓고, 실제 영업 종료를 반환 조건으로 받아들였다.
법원은 양도인에게 1억 2,500만원을 돌려주고 소송비용도 물라고 했다. 양도인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9월 4일 확정됐다. 병원에서 나오는 조제약 매출에 대한 기대가 영업권 값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계약이었다. 재판부는 반환 조건인 ‘폐업’을 신고 서류가 아니라 병원이 실제로 영업을 멈춘 때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