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임차인 권리금 2억8001만원 배상, 항소심서 뒤집혀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가 2026년 6월 임대인에게 권리금 손해 2억8001만원을 배상하라고 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병원을 운영하던 임차인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시유란
임대인이 권리금 손해 2억8001만원을 물어주라는 1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2026년 6월 이 판결을 취소하고, 병원을 운영하던 임차인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다툼은 병원을 옮기려고 계약을 앞당겨 끝내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23년 8월 보증금 1억3000만원, 월세 580만원에 계약을 갱신했다. 만료일은 2024년 9월이었다. 그런데 2023년 9월 병원을 이전하겠다며 2024년 1월에 계약을 끝내 달라고 요청했다. 임대인 측은 새 임차인이 들어오는 조건으로 동의했고, 새 임차인 조건으로 보증금 1억원, 월세 680만원을 내놨다. 권리금을 받고 싶으면 그 돈을 낼 새 임차인을 A씨가 직접 구해 오라는 취지의 답도 함께였다.
종료일을 정하는 사이 권리금 조건이 바뀌었다. A씨는 2023년 12월 권리금 없는 ‘무권리’ 조건을 받아들일 테니, 새 임차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종료일만은 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대인 측이 무권리 조건으로 중개소에 직접 연락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A씨는 동의했다. 양측은 2024년 1월에 계약을 끝내기로 했다. 임대인 측은 2023년 12월 중순 학원 운영자와 보증금 1억원, 월세 55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상가를 비워 주고 보증금은 돌려받았지만 권리금은 회수하지 못했다. A씨의 주장은 이랬다. 자신이 새 임차인을 데려오려 할 때는 임대인 측이 월세 640만원을 불러 계약을 어렵게 해 놓고, 직접 구한 임차인과는 550만원에 계약했다는 것이다.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는 얘기다. 청구액은 감정 결과를 반영해 8000만원에서 2억8001만원으로 늘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3월 임대인 측이 공동으로 2억8001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임대인 측이 부른 월세가 얼마나 높았는지, 협상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함께 따졌다. 보증금 1억원 기준 감정 월세는 518만1000원이었다. 요구액 640만원은 이보다 약 23.5% 높았다. 종전 계약을 전환율 7%로 보증금 1억원 기준에 맞춰 환산한 월세 597만5000원과 견주면 약 7.1% 높은 수준이었다. 재판부는 이 정도 차이로는 현저히 비싼 월세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임대인 측이 월세를 단계적으로 내린 점도 판단에 들어갔다. 처음 부른 680만원은 2023년 11월 640만원으로 내려갔다. 12월에는 종전과 같은 보증금 1억3000만원, 월세 580만원까지 제시했다. 640만원을 제시한 지 23일 뒤에는 550만원에 새 계약을 맺었다. 재판부는 임대인 측이 월세를 더 낮춰서라도 계약할 뜻이 있었다고 봤다.
A씨가 새 임차인을 실제로 주선했느냐를 두고는 누가 상가를 보러 왔는지, 언제 연락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A씨는 2023년 11월 두 사람이 상가를 둘러봤지만 월세가 부담스러워 계약하지 않았고, 12월에는 스터디카페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알렸다는 사례를 들었다. 재판부는 이것만으로는 실제 주선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스터디카페 희망자 얘기는 학원 운영자와 계약한 뒤에 나왔다. 재판부는 이를 주선으로 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거절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A씨가 계약을 일찍 끝내고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무권리 계약을 허락하거나 용인한 경위도 고려 대상이 됐다. 다만 재판부가 청구를 기각한 근거는 권리금 포기 약정의 효력이 아니었다.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거절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결국 A씨는 보증금은 돌려받았지만 권리금 손해배상은 받지 못했고, 소송 총비용까지 떠안았다. 항소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월세를 낮춰 간 협상 과정, 실제 주선으로 보기 부족한 방문 사례, 학원 계약 뒤에 온 연락까지 하나하나 따져 본 끝에, 상가를 넘긴 A씨의 권리금 배상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