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에도 배추 가게는 한산, 포장김치 매대엔 발길
10월 14일 서울 종로구·중구 전통시장의 배추·고춧가루·젓갈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던 반면, 같은 날 마포구 대형마트의 포장김치 매대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유선영 기자
10월 14일 서울 종로구·중구 전통시장. 배추와 고춧가루, 젓갈을 파는 가게 앞은 손님 없이 조용했다. 같은 날 마포구 대형마트의 포장김치 매대에는 손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김장철 재료 가게의 풍경이 달라졌다. 예년 같으면 10월 말 동네 마트와 전통시장은 김장 손님을 맞느라 바빴다. 재료가 모자라지 않게 며칠 전부터 예약을 받는 가게도 있었다. 요즘은 김장재료 가게 손님이 갈수록 줄고, 포장김치 판매점에는 철이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손님이 든다. 이날 전통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지만 농산물과 김장재료 가게만은 한산했다.
재료를 파는 상인들은 달라진 가족 구성과 손님층부터 꼽았다. 채소 가게를 하는 A씨는 “김장철 배추 판매량이 매년 20%씩은 줄어드는 것 같다”고 했다. 젊은 사람들은 대개 김치를 사 먹고, 배추는 나이 든 손님이나 식당이 가끔 찾는다는 얘기다. 고춧가루 상인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김장철이라고 해봐야 고춧가루를 사 가는 사람이 하루에 2~3명이 될까 싶다”며, 자녀가 독립했거나 혼자 사는 집이 많아 손님이 줄었다고 했다.
포장김치 매대에서는 전통시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청년층이 자주 눈에 띄었다. 마포구 대형마트에서는 노부부가 김치 유통기한을 하나하나 견주어 봤다. 직원은 한 남성 손님에게 혼자 살 때 사기 좋은 상품을 골라 소개했다.
마포구에 사는 소비자 A씨는 예전엔 가족이 집에 모여 김장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재료가 비싸서라기보다, 집에 사람도 없고 힘들어서 사다 먹는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들도 반찬 가짓수가 많아졌고 몇십포기씩 직접 담그기가 버겁다는 점을 김장을 하지 않는 이유로 들었다. 맛과 품질이 괜찮은 소량 제품이 나온다는 말도 나왔다.
조사 결과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2025 김치산업 실태조사 분석보고서’를 보면 김치를 마련하는 방법 가운데 ‘상품김치를 구입한다’는 비율이 37.5%로 가장 높았다. 전년보다 2.4%포인트 오른 수치다. 김치를 직접 담갔다는 비율은 21.8%였다.
조금씩 자주 사는 소비에는 가구 변화와 제품 기술이 함께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인 A씨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소비자들이 김치를 소량으로 자주 사는 편이 더 경제적이라고 느끼게 됐다고 봤다. 식품업체의 기술력이 높아진 점, 몸 쓰는 일을 덜려는 가족 문화도 함께 이유로 꼽았다.
앞으로의 구매 계획도 상품김치 쪽으로 기울었다. 같은 보고서에서 직접 담그는 양을 줄이고 국산 상품김치를 사겠다는 소비자는 38.2%였다. 직접 담그는 양을 늘리고 국산 김치 구입을 줄이겠다는 소비자는 12.8%에 머물렀다. 앞서 채소 상인은 젊은 사람들은 대개 김치를 사 먹고, 배추는 나이 든 손님이나 식당이 가끔 찾는다고 했다. 김장재료와 완제품을 함께 파는 가게라면 장부 앞에 셈이 하나 남는다. 이 손님들이 찾는 배추와 소비자 계획에 오른 국산 상품김치를 각각 얼마나 들여놓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