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지급정지 이의제기로 계좌 6515건 해제…'통장묶기' 피해 포함 추정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지급정지 뒤 이의제기로 계좌 정지가 풀린 사례가 올해 상반기 6515건으로 집계됐다.
임상용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지급정지가 걸렸다가 이의제기로 풀린 계좌는 올해 상반기에만 6515건이다. 다만 해제된 6515건이 모두 통장묶기 피해 사례인 것은 아니다.
가게 계좌가 사기 신고로 묶이는 배경에는 ‘통장묶기’ 수법이 있다. 피해자를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를 거꾸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사기범은 계좌번호가 드러난 자영업자 등의 계좌에 소액을 보낸다. 그런 다음 금융회사에 계좌 주인이 보이스피싱범이라고 거짓으로 신고한다. 이 신고로 계좌가 묶이면 사기범은 신고를 취하해 주겠다며 돈을 요구한다.
지급정지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는 장치다. 금융회사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사기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를 곧바로 지급정지한다. 사기범이 피해자의 돈을 찾아가지 못하도록 계좌를 묶어 두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가 허위 신고를 앞세운 통장묶기에 악용되고 있다. 계좌가 묶이면 정상적인 영업대금을 받는 일도, 돈을 이체하는 일도 막힐 수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이들 은행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지급정지가 걸린 계좌는 14만2512건이다. 이 가운데 2만3698건이 이의제기를 거쳐 풀렸다. 올해 상반기만 놓고 보면 지급정지 계좌 3만7135건 중 17.5%가 이의제기로 해제됐다.
이의제기로 풀린 계좌는 지난해부터 늘었다. 연간 해제 건수는 2023년 5938건에서 2024년 4248건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6997건으로 뛰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한 해 해제 건수의 93.1%를 채웠다.
처리를 서두르라는 기준도 나왔다. 통장묶기 사기로 금융거래가 막히고 사업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자, 금감원은 지난 5월 ‘이의제기 업무처리 절차 개선’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의제기를 신청하면 5영업일 안에 사건을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기준이 생긴 뒤에도 은행마다 걸리는 시간은 달랐다. 7월 이의제기 평균 처리 기간은 KB국민은행 18.6일, 신한은행 16.1일, NH농협은행 9.5일, 우리은행 5.1일, 하나은행 3.5일이다. 주말과 공휴일이 포함된 수치다. 하지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 계산해도 가이드라인 기준을 크게 넘겼다.
가게 계좌가 묶이면 들어올 영업대금을 받기도, 나갈 돈을 보내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거래에 기대는 비중이 큰 영세 사업자는 지급정지가 길어질수록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피해금 인출을 막는 지급정지는 사기 이용계좌로 의심되는 즉시 걸린다. 반면 이의제기 뒤 사건을 처리하는 속도는 은행마다 차이가 났다. 빠른 구제를 위한 기준이 마련된 뒤에도 국민·신한은행의 7월 처리 기간은 주말과 공휴일을 빼고도 기준을 웃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