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 ‘010’ 번호 조작책, 징역 10년·9년 6개월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이 10월 14일 공공기관 사칭 노쇼 사기에 쓰인 발신번호 조작 중계기 운영자들에게 1심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유선영 기자
공공기관을 사칭한 노쇼 사기에 발신번호 조작 중계기를 돌려준 운영자들이 1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은 10월 14일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사기는 식당이나 숙박업소에 들어온 예약 한 건에서 시작됐다. 조직원들은 공공기관 등을 사칭하며 특정 업체에서 물건을 대신 사달라고 입금을 요구했다. 그러고는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해외 피싱 조직은 발신번호를 010으로 바꿔 주는 중계소를 썼다. 피고인들이 관리하는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앱을 깔아 두고 원격으로 조작하는 방식이었다. 조직원이 인터넷전화 등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는 사람의 화면에는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가 뜨도록 했다.
번호를 바꾸는 중계소는 전국의 모텔에 차려졌다. 피고인들은 해외에 근거지를 둔 조직의 지시를 텔레그램과 위챗으로 받았다. 천안·구리·창원·거제·울산·강릉 등지의 모텔에 1주일 간격으로 묵으며 중계기를 설치해 돌렸다. 조직이 택배 등으로 보낸 대포폰 136대와 유심칩 395개가 모두 이 중계소를 돌리는 데 쓰였다.
이 중계소를 거친 노쇼 사기 피해자는 39명, 피해액은 약 11억원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개월간 이어졌다. 이번에 선고를 받은 피고인들은 조직의 지시에 따라 번호 조작 중계기를 설치·운영한 역할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기통신사업법 위반과 사기방조 등의 혐의다.
검사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번호 조작만 맡았더라도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봤다. 대가를 받고 휴대전화 단말기를 나눠 주고 중계기를 운영·관리했으니 가담 정도가 매우 중하다는 것이다. 조직적 사기에 가담한 만큼 단순 현금 수거책보다 죄질이 무겁다는 판단도 내렸다. 불특정 다수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혔고 사회적 폐해도 심각하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한 피고인이 함께 기소된 다른 피고인과 저지른 범행 말고도 다른 금융사기를 방조하거나 가담했다고 짚었다.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도 형량에 반영했다. 다만 한 피고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했고, 다른 피고인도 법리적 주장을 빼면 범행을 인정했다. 두 사람 모두 벌금형 말고는 전과가 없다는 점은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됐다.
피해자들이 낸 배상명령 신청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판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가게로 걸려 온 전화 화면에 뜬 010은 조직이 인터넷전화 등의 번호를 중계소를 거쳐 바꿔 띄운 것이었다. 식당과 숙박업소에 예약을 넣은 조직은 특정 업체 물품을 대신 사달라며 입금을 요구하고는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7개월 동안 이 중계소를 낀 노쇼 사기로 피해자 39명이 약 11억원을 잃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