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막도 넘은 10월 폭우, 연서시장 또 잠겼다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이 10월 18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침수돼 이튿날에도 점포 바닥과 길가에 피해 흔적이 남았다.
유선영 기자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이 10월 18일 강풍을 동반한 폭우에 잠겼다. 이튿날에도 점포 바닥과 길가에는 물난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월 19일 오전 시장 길가에는 물에 젖은 종이상자가 쌓여 있었다. 빗물이 들이닥친 일부 점포는 바닥 장판이 울어 있었다. 잡화점을 하는 A씨는 전날 폭우가 갑자기 쏟아지자 서둘러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고 했다. 이번 호우 때 은평구와 강북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는 한때 침수예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신발 가게 점주는 시장 침수가 10년 전부터 되풀이됐다고 했다. 집집마다 모래주머니를 쌓고 차수막까지 달았는데도 물이 넘쳐 들어온다는 것이다. 순댓국집 점주는 물막이 덕분에 피해가 줄긴 했지만 하수시설을 고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시장 주변 빗물받이에는 강풍에 떨어진 은행잎과 나뭇가지가 뒤엉켜 있었다. 떡집 점주는 대로변에 하수구가 있는데도 해마다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은행잎이나 종이상자 같은 것들이 물길을 막고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같은 날 오전 강북구 수유 1동에서는 환경도우미들이 배수구를 막은 낙엽을 치웠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쏟아붓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면서 빗물받이 관리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빗물받이는 도로 등에 내린 빗물을 모아 우수관으로 흘려보내는 배수시설이다. 여기가 막히면 빗물이 제때 빠지지 못해 도로가 물에 잠길 수 있다. 물에 잠긴 배수구를 미처 보지 못한 보행자의 발이 빠지는 등 안전사고로 번질 위험도 있다.
시민들이 꼽은 빗물받이 막힘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낙엽이다. 서울연구원이 2024년 시민들에게 물었더니 담배꽁초·쓰레기 투기를 꼽은 응답이 60.4%로 가장 많았고, 낙엽이 18.2%로 뒤를 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집계를 보면 배수시설 관련 민원은 2024년 월평균 978건에서 지난해 1479건으로 약 51% 늘었다.
배수시설이 낡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국토안전관리원장은 구도심에는 예전에 작은 하천을 덮으면서 배수시설을 30년 정도 버틸 수준으로 설계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수관로 곳곳에도 물 흐름이 막히는 병목 구간이 많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상기후에 대비해 구도심을 중심으로 침수 예방 체계 전반을 점검하자고 제안했다.
상인들이 가게로 밀려드는 빗물을 물막이로 버티는 사이, 도로의 빗물받이는 자치구마다 사정에 따라 관리돼 점검 횟수도 제각각이다. 서울시는 이번 호우가 오기 일주일 전부터 각 자치구에 빗물받이 등 주요 시설물을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빗물받이 약 58만개 가운데 침수취약지역에 설치된 2만4404개소를 살폈다. 순댓국집 점주는 “시장이 매번 물난리를 겪는데 손님들이 찾아오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