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음료·닭가슴살 2년째 매출 증가, 먹는 데 쓰던 돈이 몸 관리로 옮겨간다
국내 한 대형 편의점의 올해 1~9월 단백질 음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1%, 닭가슴살 매출은 22.5% 증가했다.
강예솔
국내 한 대형 편의점에서 올해 1~9월 단백질 음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9.1% 늘었다. 같은 기간 닭가슴살 매출은 22.5% 올랐다.
두 품목은 이 편의점에서 지난해에도 잘 팔렸다. 지난해 단백질 음료 매출은 전년보다 31.2%, 닭가슴살은 30.9% 늘었고, 올해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 유통업계는 원래 커지던 건강관리 시장에 비만치료제 이용자의 바뀐 식생활이 더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매출이 오른 건 단백질 식품만이 아니다. 간편식도 함께 잘 팔렸다. 다른 편의점에서는 올해 1~9월 그릭요거트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6.5% 늘었다. 한 대형마트는 같은 기간 프로틴 매출이 69.8% 증가했다. 즉석조리 샐러드와 샌드위치 매출도 4.5% 올랐다.
PwC 분석을 보면 미국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쓰는 가구는 패스트푸드 같은 퀵서비스 외식에 쓰는 돈을 8.7% 줄였다. 대신 이용자들이 옷에 쓰는 돈은 약을 쓰기 시작하고 6~8개월이 지나자 9.9% 늘었다. 외식비는 줄고 옷값은 늘어나는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 것이다.
국내 이용자 한 명의 씀씀이도 비슷하게 바뀌었다. 배달음식과 야식, 술에 쓰는 돈은 줄고 옷과 단백질 보충제 구매는 늘었다. 30대 A씨는 마운자로를 쓰기 시작한 뒤 배달음식을 덜 시키게 됐고 야식과 술에 쓰는 돈도 줄였다. 체중이 빠지자 몸에 맞는 옷을 새로 샀고, 근육량을 지키려고 단백질 보충제도 더 샀다. 먹는 데 쓰던 돈 일부가 몸을 관리하고 꾸미는 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용자들은 앞으로도 고단백 식품과 옷에 돈을 더 쓰겠다고 답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8월 발표한 조사로, 9개 시장의 GLP-1 이용자 1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현재 이용자들은 고단백 식품에 쓰는 월 지출을 평균 11% 늘릴 계획이라고 답했다. 평상복은 19%, 애슬레저·운동복은 10% 더 쓰겠다고 했다. 사탕류 지출은 14%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조사에서는 생활 습관을 바꾸려는 이용자와 외모에 돈을 쓰려는 이용자도 따로 나타났다. 운동과 건강관리 습관처럼 자기 개선을 좇는 유형이 41%였다. 외모 변화를 원해 의료 미용과 뷰티 상품·서비스에 추가 지출을 몰아 쓰는 유형은 19%였다.
식품·외식 시장 전체로 넓혀 보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JP모건은 GLP-1 계열 치료제가 퍼지면서 식품·음료 산업 매출이 2030~2034년 사이 해마다 300억~55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건강관리 관련 일부 상품에는 기회가 되겠지만, 먹거리 시장 전체로는 수요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용 가구는 퀵서비스 외식에, A씨는 배달·야식·술에 쓰는 돈을 줄였다. 국내 매장에서는 한 대형 편의점의 단백질 음료·닭가슴살, 다른 편의점의 그릭요거트, 한 대형마트의 프로틴 매출이 늘었다. 동네 음식점과 식품점 사장님에게는 메뉴판과 진열대에서 무엇을 덜어내고 무엇을 남길지 따져 보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