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이 살던 청담동 집 반값 경매로
임차권등기는 이사한 뒤에도 세입자의 권리를 붙들어 두는 장치다. 다만 유찰이 거듭돼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오면, 앞선 순위 권리자도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시유란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세입자는 집을 비우는 순간 불안해진다. 이사하면 집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사라져, 세입자가 가진 권리도 함께 흐려질 수 있어서다. 이때 쓰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다. 이사한 뒤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해 준다. 우선변제권은 집이 경매로 팔릴 때 매각대금에서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전용 117.79㎡ 다세대주택 사례가 이 제도의 쓰임과 한계를 함께 보여 준다. 배우 서현진이 전세로 살던 집이다. 2020년 4월 보증금 25억원에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권을 설정했다. 2022년 3월 재계약을 하면서 보증금은 26억2500만원이 됐다.
문제는 2024년 4월 계약이 끝났을 때 생겼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세입자는 같은 해 9월 임차권등기를 마치고 이사했다. 이후 강제경매를 신청했고, 2025년 4월 법원이 강제경매 개시 결정을 내렸다.
경매는 순탄하지 않았다. 감정가는 28억7363만원이었지만 세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14억원대까지 내려왔다. 네 번째 입찰을 앞둔 2025년 7월에는 집주인이 회생을 이유로 집행정지를 신청해 절차가 멈췄다. 그해 12월 집주인에게 파산이 선고되자 경매는 중단 당시의 최저입찰가를 기준으로 다시 열렸다. 이번 최저입찰가는 14억7129만원, 감정가의 절반 수준이다.
서현진은 등기부상 가장 앞선 순위 권리자로 알려져 있다. 경매비용과 먼저 갚아야 할 채권을 정산하고 남은 매각대금에서 우선 변제를 받는다. 그래도 이 정도 가격에서 낙찰된다면 보증금 26억2500만원을 전부 돌려받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순위가 앞서도 매각대금 자체가 줄면 받을 수 있는 돈도 함께 줄기 때문이다.
받지 못한 보증금은 집주인에 대한 채권으로 남는다. 하지만 집주인이 파산한 만큼 이 돈을 얼마나 되찾을지는 파산 절차에 남은 재산과 다른 채권자들의 배당 순서, 몫에 달려 있다. 매각결정기일은 13일로 잡혀 있었다. 앞선 순위여도 매각대금이 보증금보다 적으면, 임차권등기가 지켜 주는 선은 어디까지일까.
정정 : 배우 서현진이 전세로 거주했던 서울 청담동 빌라가 실제 경매에서 25억5890만원에 낙찰됐다.